비싼 마법의 다이어트 약에 숨겨진 진실… 끊으면 어떻게 될까[홀리테크]

박건형 기자 2023. 7. 1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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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젬픽·위고비 핵심 물질 세마글루타이드 연구가 알려준 것들
위고비 주사기.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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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 세계 제약 바이오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비만 치료제입니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당뇨 치료제 오젬픽(Ozempic), 같은 성분을 기반으로 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는 전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일으키며 ‘비만과의 전쟁’에서 인류를 승리로 이끌 강력한 무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 뛰어난 감량 효과를 가진 미국 일라이릴리의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까지 곧 출시됩니다. 새롭게 열린 거대 시장에 국내 기업들도 도전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펩트론과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비만 치료제 열풍에 우호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젬픽이나 위고비는 어디까지나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의약품’입니다. 의사 처방에 따라 지침대로 안전성을 확인해가며 투여해야 하고, 심각하든 가볍든 부작용도 있습니다. 특히 일각에선 ‘맞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는 효과가 부각되면서 많은 문제가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끊으면 어떻게 되느냐, 언제 끊어야 하는가, 맞다가 끊으면 처음부터 맞지 않은 경우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느냐 같은 문제들입니다.

◇당뇨병 치료제가 만든 기적

비만 치료제 신약 ‘위고비’와 ‘마운자로 비교

비만 치료제 열풍은 노보노디스크가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2012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노보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위고비의 성분)를 매주 주사한 사람들이 평균 15%의 감량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위고비가 비만 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고, 많은 사람이 체중 감량을 경험하면서 광풍(狂風)이라고 부를 정도의 품귀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5월 수요를 줄이기 위해 위고비의 TV광고까지 중단했습니다.

위고비와 오젬픽, 마운자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계속해서 주사를 맞아야 하고 사용을 중단할 경우 1년 뒤면 대부분의 체중이 돌아옵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은 이 약을 계속 맞게 될까요, 아니면 언제 어떤 이유로 중단하게 될까요.

기술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최근 이런 비만 치료제의 과거 실험을 통해 얻어야 할 몇 가지 교훈에 대한 분석을 보도했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비롯한 비만 치료제들은 모두 비슷한 형태입니다. 이른바 GLP-1 수용체 작용체(GLP-1 RA)를 활용합니다. 혈당 수치를 조절하고 음식이 위를 떠나는 속도를 늦추면서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모방하는 원리이죠.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인데,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면서 더 화제를 모았습니다.

◇평균 13개월만 사용

동아에스티 연구원이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제공

와이어드에 따르면 GLP-1 RA는 최근에 나온 약물이 아닙니다. 이미 2005년에 FDA의 승인을 받았고 다양한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와이어드는 “사람들이 이 약물을 얼마나 오래 사용하고 끊었는지에 대한 적절한 실제 데이터가 있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는 현재의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내용입니다. 2009년에서 2017년 사이에 영국에서 처방된 GLP-1 RA를 연구한 결과에서 589명의 환자 가운데 45%가 12개월 이내, 65%가 24개월 이내에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에서도 12개월 이내에 47%, 24개월 뒤에 70%가 약을 끊었습니다. 평균적으로는 약 13개월만 환자들이 GLP-1 RA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머크 연구팀은 “다른 당뇨 치료제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중단율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체중이 줄어드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단점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GLP-1 RA 사용을 그만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부작용·가격이 문제

경쟁 치열한 비만 치료제 시장

과학자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GLP-1 RA를 사용한 당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부작용과 불편함을 호소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메스꺼움,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고 정기적인 주사(조사 당시에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했고, 현재의 위고비나 마운자로도 주 1회 맞아야 합니다)가 번거롭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체중 감량이나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약을 중단했다고 했습니다. 모든 약, 특히 대사 증후군 관련 약의 경우 환자별로 효능에 대한 편차가 큽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성분의 약이 나오는 것이죠.

둘째로 높은 가격도 걸림돌이었습니다. 특히 의료보험이 비싼 미국에서는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비싼 비용을 중단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캘리포니아 당뇨병 연구소의 윌리엄 폴론스키 소장은 와이어드에 “이런 종류의 약물을 매우 비싸며, 특히 매주 맞아야 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습니다. 위고비의 가격은 미국을 기준으로 월 1350달러(약 176만원)에 이릅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죠.

◇한 번이라도 감량하면 이점 있어

위고비나 오젬픽, 마운자로의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불확실합니다. 아직 충분한 실험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국 의료당국은 위고비 처방을 최대 2년까지로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를 계속 처방받는 것보다는 일정한 체중을 단시일에 감량하고 식이요법과 운동처럼 근본적인 비만 대책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거죠. 여기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깁니다. 비만 치료제를 끊은 뒤 체중이 대부분 돌아온다면, 이 사람들은 아예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건강할까요? 아니면 오히려 건강이 나빠질까요. 이 부분에 대한 대답은 아직은 ‘모른다’입니다. 다만 살을 일단 한 번이라도 뺀 경우 전혀 빼지 않은 것보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미 많이 있습니다. 당뇨병 전단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차례의 연구에서는 한 번이라도 감량했던 사람들은 당뇨병 발병이 늦고, 심혈관 질환이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리버풀대 비만 전문가 존 와일딩은 “비만 치료제는 ‘미래 건강을 사는 일’과 같은 것”이라며 “계속 처방받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약간의 장점은 남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만 치료제가 현재 수준에서 머무르지는 않을 겁니다. 노보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 알약을 개발하고 있는데, 주사 대신 먹을 수 있다면 환자들의 불편은 크게 해소될 수 있겠죠. 언젠가 진짜 먹기만 하면 살이 빠지고, 부작용도 없는 약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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