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의 마술사' 자베르, 2022 결승 리턴매치 승리, 4강 진출 [윔블던]
리턴매치까지는 1년 3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선수가 368일 만에 리턴매치를 펼쳤다. 그런데 결과는 달라졌다. 1년 전 패했던 선수가 리턴매치에서 승리를 거뒀다. 온스 자베르(튀니지, 세계 6위)다.
온스 자베르가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세계 3위)를 꺾고 2023 윔블던 준결승에 올랐다. 자베르는 12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테니스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단식 8강에서 리바키나에 6-7(5) 6-4 6-1 역전승을 거뒀다.
자베르는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리바키나에 내줬다. 타이브레이크에서의 2번의 실수 때문이었다. 첫 실수는 리바키나의 깊숙한 백핸드 공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치더라도, 두 번째 실수는 뼈아팠다. 평범한 백핸드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렸다. 자베르는 공을 코트 위로 강하게 내리칠 정도로 큰 아쉬움을 표출했다. 결국 이 차이로 인해 자베르는 1세트를 빼앗기고 말았다.
하지만 자베르의 1세트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마술사'라는 별명답게 샷을 코트 구석으로 찔렀다. 1세트에만 12개의 위닝샷을 기록했다(리바키나 6개). 리바키나의 서브에 대한 대응도 좋았다. 강서버인 리바키나이지만 퍼스트 서브 상황에서의 득점율은 이번 대회 그녀의 평균(80%)보다 훨씬 떨어지는 67% 정도였다. 자베르는 단지 결정적인 실수로 1세트를 내줬을 뿐이었다.
2세트도 1세트와 양상은 비슷했다. 실수를 하지 않는 선수가 게임을 가져가는 구조였다.
2-2 상황, 자베르는 본인의 서브권이었던 다섯 번째 게임에서 두 번의 브레이크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서브 에이스, 그리고 강한 서브에 이은 3구 공격으로 위기를 막아내더니, 묘기에 가까운 샷으로 결국 게임을 지키는데 승리했다. 결과론적으로 리바키나는 이 게임을 브레이크했어야 했다.
5-4, 리바키나의 서브권이었던 10번째 게임에서 2세트가 끝났다. 자베르가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분명 리바키나의 서브권이었지만 랠리를 유리하게 끌고 나가는 선수는 자베르였다. 자베르는 이 게임에서만 세 개의 위닝샷을 터뜨리는 고도의 집중력을 선보였다. 코스도 다양했다. 포핸드 다운더라인, 포핸드 크로스 등 리바키나의 혼을 빼놨다. 자베르의 공격에 리바키나의 컨트롤에 균열이 생겼다.
2세트 마지막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세트올을 이뤘던 자베르는 3세트 첫 리시브 게임에서도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백핸드 리턴 에이스로 기선을 제압했다(0-15). 이후부터 리바키나의 백핸드 실수가 터져 나왔다. 리바키나는 네트-사이드아웃-사이드아웃의 백핸드 3구 실수를 연달아 범하며 자멸했다. 자베르는 러브게임으로 리바키나의 서브권을 브레이크했다.
리바키나는 그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되려 힘을 더 받는 선수는 자베르였다. 자베르는 여섯 번째 게임까지 브레이크하며 6-1, 3세트를 끝냈다. 전체 경기 시간은 1시간 53분이 걸렸다.
자베르는 "작년 결승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정신적, 신체적, 그리고 테니스 라켓으로 내가 이뤄낸 발전에 대해 내 자신이 매우 자랑스럽다"라며 "첫 세트를 내줬지만 개의치 않았다. 나는 코트에서 자유롭게 모든 시도를 했다. 코치는 내가 계획의 70%를 따랐다고 했는데, 이는 매우 높은 비율이다"라며 기뻐했다.
무엇보다 강서버인 리바키나에게 7개의 에이스만 얻어 맞는 대신, 본인은 8개의 에이스를 성공시켰다. 브레이크 위기 상황에서 에이스로 위기를 탈출하는 집중력은 특히 빛났다. 35개의 위닝샷을 기록하는 동안 실수는 18개에 그쳤다.
이로써 자베르는 2년 연속 윔블던 4강에 올랐다. 리바키나의 윔블던 2연패 도전도 끝나고 말았다.
지난 해 대결에서 랭킹이 낮은 선수가 높은 선수를 꺾었었다. 당시 랭킹은 자베르(2위)가 리바키나(23위)에 비해 높았지만 승자는 리바키나였다. 올해에도 현재 세계랭킹이 낮은 자베르(6위)가 리바키나(3위)를 꺾는 유사한 현상이 일어났다.
현역 선수 잔디코트 승률 1위(77%)인 자베르는 지난 4회전에서 승률 2위(76%) 페트라 크비토바(체코)를 꺾은데 이어, 8강에서는 승률 3위(74%) 리바키나마저 잡아냈다. 현역 잔디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기에 매우 좋은 찬스를 잡았다.
자베르는 4강에서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세계 2위)를 상대한다. 자베르는 2년 전인 2021년, 사발렌카에 패하며 8강에서 탈락한 바 있다.
지난 해 복수혈전에 성공한 자베르가, 2년 전 패배도 설욕할 수 있을까. 윔블던 여자단식 4강은 13일 이어진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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