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댓글창, 지켜야 할까 떠나보내야 할까
부산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민수씨(가명·46세)는 포털사이트 다음(Daum) 뉴스의 ‘헤비 댓글러’였다. 다음이 뉴스 서비스를 시작하던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매일 하루 평균 2~3개씩, 총 5646개에 이르는 댓글을 달았다. “다른 글보다 개인 의견을 조금 더 직관적이면서 편안하게, 정제되지 않은 표현도 할 수 있다”라는 게 포털 댓글 활동의 재미였다. 김씨는 이메일은 네이버 것을 써도 뉴스 댓글은 다음에서만 달았다. “다음 특유의 뉴스 배열과 구성이 익숙한 이유도 있었지만, 네이버 댓글창에는 보수 위주의 분들이 많고 친일, 일베로 의심할 만한 극단적 사고의 이용자들의 험한 표현도 너무 많이 보여서 잘 가지 않게 되더라.”
그러던 김씨가 얼마 전 스마트폰에서 다음 애플리케이션을 지웠다. 다음이 뉴스 댓글 게시판을 없애고 ‘타임톡’이라는 실시간 채팅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타임톡은 ‘댓글창’이라기보다 ‘톡방’에 더 가깝다. 뉴스를 읽고 의견을 달 수 있지만 카카오나 텔레그램 같은 채팅방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들이 위로 밀려 올라간다. 추천·공감·비공감이나 대댓글(댓글 밑에 달린 답글) 같은 댓글 피드백 기능도 없고 ‘공감순’이나 ‘과거순’ 정렬도 안 된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24시간 뒤면 톡방은 완전히 사라진다. 내가 쓴 댓글도, 남이 단 의견도 기사 게재 후 24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확인할 수 없다. 타임톡 도입(6월7일) 이전 기사의 댓글들도 모두 사라졌다(9월5일까지 이용자 개인별로 작성 댓글의 백업만 가능하다).
김씨는 타임톡에 두 번 정도 참여했다가 “상당히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에 이내 활동을 접었다. “베댓(베스트 댓글) 기능이 사라져서 대세를 나타내는 의견을 파악할 수가 없고, 카톡처럼 여러 사람의 말이 실시간 공유되는 느낌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이제까지 열심히 작성한 댓글들이 다 사라졌다는 부분도 상당히 허탈하고 화가 났으며, 타임톡 댓글도 24시간 후 사라지는 휘발성 글이라는 점 때문에 다음에서 기사를 읽고 댓글을 작성할 의욕이 사그라들었다.”
댓글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창은 이제 더 이상 ‘여론’을 대표하지 않는다. 시민 토론이 이루어지는 공론장으로 떠올랐으나 어느새 ‘여론 조작의 매개’ 혹은 ‘정화가 필요한 오염된 공간’이라는 악명으로 더 자주 불리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포털도 점차 규제·축소하는 방향으로 뉴스 댓글 공간을 관리해나가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대체할 만한 마땅한 온라인 공론장이 마련되어 있느냐이다.
■ ‘댓글 놀이’의 시대는 가고
“‘나는 댓글 단다, 고로 존재한다’의 시대다(2003년 8월21일 〈조선일보〉)” “움직이는 1.5인 미디어 채널이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총아(2005년 7월1일 〈오마이뉴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인터넷 댓글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호기심과 탐구의 대상이었다. 2003년 3월 미디어다음 100자평이 오픈했고, 2004년 4월 네이버 뉴스 서비스에 댓글 기능이 처음 생겼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나 언론사 홈페이지마다 댓글 기능이 생겼고 이용자들은 본 게시글 못지않게 재미있는 ‘댓글(리플) 놀이’를 보러 해당 사이트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답글, 덧글, 꼬리말, 쪽글, 리플, 리플라이, 나도 한마디, 100자평 등 여러 가지 이름이 댓글이라는 용어 하나로 통일되어가는 동안, 정치·사회적 이슈를 토론하는 댓글의 집합소도 주로 포털 뉴스 아래 댓글 창으로 모아졌다.
2008년 한국언론재단이 발간한 연구서 '댓글 문화 연구:온라인 뉴스 이용 양태의 변화와 담론 공중의 의미'(나은경·이준웅)에 따르면 당시 인터넷 이용자가 온라인에서 뉴스를 읽기 위해 방문하는 사이트는 다음뉴스-네이버뉴스-네이트뉴스 순으로 높았다(인터넷조선·인터넷중앙·인터넷한겨레 등 언론사 개별 사이트는 지금보다는 이용률이 높았지만 이미 포털사이트에 한참 밀리고 있었다). 인터넷 뉴스 이용자들 중 84%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댓글을 읽고 38.6%가 한 번 이상 댓글을 달았다.
인터넷 도입 초창기 시절부터 포털 뉴스 댓글 게시판을 자주 방문해온 최정희씨(51)는 “포털들을 전부 그러모아 하나의 종이 신문이라고 치면 다음은 정치면, 네이버는 경제와 사회면, 네이트는 연예면, 이런 식으로 나누던 시기가 있었다. 특히 정치 뉴스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다음은 정치 비평이나 사회 뉴스에 특화된 포털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댓글은 달지 않아도 뉴스와 다른 사람들 댓글을 통해서 주요 정치적 의제에 대한 사람들 여론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까지도 사람들이 뉴스 댓글을 읽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이 ‘기사 내용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84%)’이다(‘뉴스 댓글 운영 현황과 개선 방향’, 김선호·오세욱, 2018). 뉴스와 댓글을 통해 포털이 떴고, 어느새 그 포털을 벗어나서는 뉴스를 유통할 방법도, 여론을 확인할 길도 마땅치 않아졌다. 그런 시대가 20년 정도 흘러갔다.
■ 여론조작 혹은 혐오 배설구가 되기까지
뉴스 댓글을 보러 사람들이 많이 모이자 그것의 영향력을 탐내는 세력이 생겼다. 정치권에서 댓글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댓글창에 본격적으로 망조가 들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댓글 이런 것이 중요하다”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2012년 대선 전에는 “다른 기관들도 국정원처럼 댓글 이런 걸 잘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도 추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경찰 등 국가기관이 동원돼 수년 동안 댓글 공작을 벌였다. 10년 뒤에는 반대쪽 정치세력에서 매크로 기술을 이용해 포털 뉴스 댓글 공감·비공감(추천·반대) 순위를 조작한 ‘드루킹 사건’이 수면 위에 드러났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어느 쪽도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 문제에서 떳떳하지 못한 상황에 이르렀다.
연예인·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부터 성범죄 피해자·참사 유족 등 일반인에게까지 가해지는 악플 문제는 날이 갈수록 더 심각해졌다. 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배구 선수 고유민씨가 사망한 이후 2020년 8월 네이버와 다음은 스포츠뉴스 아래 댓글창을 없앴다. 가수 설리와 구하라씨의 사망 이후인 2019년 10월과 2020년 3월엔 다음과 네이버가 각각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했다. 지금도 정치·사회 일부 기사 아래 댓글창이 종종 닫힌다. 자살·성범죄·세월호·이태원 참사 등 2차 가해와 혐오 댓글이 예상되는 기사들은 뉴스를 발행할 때부터 언론사들이나 포털 차원에서 미리 댓글창을 닫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포털 측은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 폐지 외에도 여러 가지 댓글창 개선 노력을 해왔다. 하루 최대 댓글 작성과 추천 수 등을 제한하고, 도배 방지 시스템도 도입하고, AI로 욕설과 혐오 발언을 감지해 가리고, 비속어를 ♩♪♬ 같은 음표로도 치환해보고, 댓글 정렬 순서를 추천순으로도 신규순으로도 찬반 비율순으로도 바꿔보고, 원하는 이용자들에게 댓글창 덮기나 접기 기능도 줘보고, 댓글 작성자 본인확인제도 실시하고, 언론사들에 기사별 댓글창 온/오프(On/Off) 선택권도 부여하는 등 수십 차례 다양한 개편을 거듭했다.
네이버는 특히 2020년 3월부터 댓글 작성자의 닉네임과 활동 이력을 공개하는 댓글모음 페이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특정 댓글 작성자가 이제껏 어떤 기사 아래 어떤 댓글을 달아왔는지 모두 확인이 가능하게 되었다. ‘네이버 댓글 개편 이후 이용 변화와 향후 댓글정책 제안(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정책리포트 2020년 3호)’에서 네이버 댓글 이력 공개 도입 전후 일주일치 댓글을 분석해본 결과, 댓글 수와 댓글 작성자 수가 전체적으로 크게 줄었다. 그중에서도 정치 섹션 뉴스의 댓글 수는 56.7%가량 줄어들었다. 유일하게 증가한 수치는 댓글의 글자 수였다.
지난 6월8일에는 댓글 작성자가 운영규정을 어겨 이용 제한에 걸리면 그 사실이 댓글모음 프로필에 공개되게끔 한층 더 댓글 규제를 강화했다. 사용자가 댓글 이용 제한을 풀 때도 ‘퀴즈 풀기’ 같은 추가 절차를 거치도록 향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윤호식 네이버 PR팀 과장은 “대단히 어렵거나 복잡하진 않지만 심리적인 허들이 되고 ‘악플을 달면 뭔가 진짜 귀찮아진다’ 이런 걸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도 지난해 12월, 2년 전 도입한 AI 기반 댓글 필터링 기능인 ‘세이프봇’ 적용 후 악플 개선 수치를 공개했다. 2020년 12월 도입 전과 비교해 2년 사이 욕설·비속어 포함 댓글 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고 전체 댓글 중 이용자가 신고하는 욕설 댓글 비중도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다음은 “세이프봇의 능동적 조치로 댓글 문화가 점차 성숙해진 결과다”라고 말했다.
■ ‘댓글≠여론’인 건 알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뉴스 댓글창은 여전히 건강한 공론장이 되지 못했다. 여론을 대변하지도 않고, 실제 세계의 ‘보편 다수 의견’도 아니다. 통계로 입증된다. 네이버는 2019년 2월부터 ‘데이터랩 서비스’를 통해 뉴스 댓글 통계를 공개해왔다. 〈그림 1〉은 공개된 통계를 바탕으로 그린 최근 2주일(2023년 6월13일~6월26일)치 네이버 뉴스 댓글 작성자 수와 댓글 수 그래프다. 하루 평균 30만 개 이상 댓글이 쏟아지지만 작성자 수는 평균 12만명 수준이다. 뉴스 댓글을 다는 사람은 여성보다 남성이, 그중에서도 40·50대가 압도적으로 많다(〈그림 2〉 참조). 6월26일 하루의 통계만 보자면, 40대 남성이 7만3512건, 50대 남성이 7만6245건 댓글을 남겼다. 반면 이날 20대 여성은 1716건, 10대 여성은 274건만 작성했을 뿐이다. 다음뉴스 댓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다음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7월 다음뉴스 이용자 중 하루에 댓글을 한 번이라도 다는 이용자는 전체의 2% 미만이었다.
사람들도 모르지 않는다.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은 “소수의견에 불과(55.8%)”하고 “조작이 의심되(55.7%)”며 “유용한 정보가 별로 없(65.2%)”고 “감정이 여과없이 표출된다(75.8%)”며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김선호·오세욱, 2018). 그런데도 같은 조사에서 같은 응답자들은 ‘왜 포털 뉴스 댓글을 읽느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84%)”하고 “댓글을 읽는 것이 재미있(64%)”고 “기사가 다루고 있는 이슈를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할지 망설여져서(55.8%)”라고 답했다. 별다른 대체 공론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다음이 지난 6월8일 아예 뉴스 댓글 게시판을 없애는 다소 충격적인 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다음 측은 “여러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이용자의 댓글이 과대 대표되거나 사생활 침해 및 인격 모독, 혐오 표현 등 부적절한 내용의 댓글이 사라지지 않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이프봇을 한층 강화함과 동시에 실시간 소통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댓글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선보이게 되었다”라며 타임톡의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카카오 PR팀 서은샘 매니저는 “아직 도입 극초반이라 타임톡 도입 이후 사용자 수 변화 등 관련 지표를 공개하기 어렵다. 베타 서비스 기간에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타임톡을 지속 개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포털 댓글창, 지켜야 할까
〈그림 3〉은 2018년 12월1일부터 2023년 6월21일까지 약 4년 반 동안의 네이버 뉴스 댓글 수 변화 그래프다. 크고 작은 오르내림 속에서 정치·사회적 사건사고의 영향이 댓글 수로도 확인된다. 대선·총선과 같은 정치적 이벤트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태원 참사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댓글창은 ‘폭발’한다. 건강하든 오염되었든, 어쨌든 사회를 향해 내고자 하는 개인들의 의견이 이만큼은 된다는 걸 보여준다. 이 통로가 막히거나 축소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일까? 그렇게 되었을 때 이 발화 욕구들은 어디로 어떻게 흐르게 될까?
서두에서 소개한 ‘다음 댓글러’ 김민수씨는 인터넷 뉴스 댓글창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투표라는 정말 중요한 권리조차 내던지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이렇게 댓글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은 그나마 사회 현안에 생각이라도 하면서 행동하고 실천할 줄 아는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악플이나 여론 왜곡은 여러 방안들로 조정해나가되, 댓글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여론의 신호등’ 같은 존재로서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
반면 댓글의 부작용을 오랫동안 깊이 들여다본 사람은 뉴스 댓글창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효용에 회의적이다. 〈우리 모두 댓글 폭력의 공범이다〉라는 책을 쓴 정지혜 〈세계일보〉 기자는 악플이 어떻게 디지털 공론장을 붕괴시켜가는지를 취재하기도 하고 또 직접 악플 피해자로서 경험해보기도 했다. 정 기자는 “지금은 진짜 제대로 된 토론을 원하는 사람이 뉴스 댓글창으로 가지는 않는다. 할 이야기가 있어도 다수의 생각과 다르면 아예 진입하기 힘들게 되어, 다양한 의견의 발화를 오히려 더 막는다. 그간 우리 사회가 댓글창에 갖는 환상이 너무 컸고 지금은 그 거품이 꺼져가는 과정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 기자는 무조건 댓글창을 열어놓는다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 다 확인하지도, 제대로 관리할 수도 없는 댓글창을 열어놓는 것만이 소통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성숙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더 나은 공론장을 위한 숨 고르기라면 좋겠지만, 최근 포털의 댓글 서비스 축소를 보는 시각 가운데에는 의심의 눈초리도 여럿 섞여 있다. 카카오는 지난 5월15일 포털사이트 다음을 합병 9년 만에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독립시켰다. “검색·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다음 서비스의 가치에 더욱 집중하고 성과를 내고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대외적으로 밝혔지만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비효율적인 사업은 열심히 정리 중이다(5월4일 카카오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말)”와 같은 발언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가 다음을 매각하거나 뉴스서비스 사업에서 철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하게 퍼지고 있다.
미디어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뉴스는 현 정권에 비판적인 댓글이 우세라고 알려져 있었으니 안 그래도 정치적 부담이 컸을 텐데 타임톡을 도입해 댓글난을 사실상 없애버리면 매각하기에도 부담이 적어진 것 아닌가. 댓글 문화를 주류로 끌어올린 다음이 하루아침에 이런 변화를 시행한 이면으로 그런 배경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포털 댓글창을 자주 이용해온 최정희씨도 “다음 댓글 개편이 이것 하나로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고 본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KBS 수신료 분리 징수, YTN 매각, MBC 공격 시도 등의 와중에 벌어지는 거라, 언론 무력화 작업들 중 하나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 법제화 등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는 정치 상황 속에서 포털이 ‘탈댓글’ 쪽으로 점차 발을 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댓글창이 사라진다고 오염된 발화들이 함께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른 공간으로 향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포털이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을 폐지한 시기를 전후 비교했을 때, 연예·스포츠 이슈를 다루는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들의 댓글이 유의미하게 늘어났다. 혐오 발언과 악플 비율도 함께 늘어났다. 악플 이용자들이 포털 뉴스 댓글창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로 무대를 옮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미디어오늘〉 뉴스 플랫폼 리포트④, 2022년 10월8일).
다음의 댓글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작아지면, 혐오 발화 경향이 다음보다 더 심한 네이버 댓글의 문제가 한층 심화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10월 한국정치학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연구용역 보고서로 제출한 ‘선거·정치 인터넷뉴스 댓글 관련 자율규제 및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다음에 비해 네이버 댓글 작성자들의 지역·인종 및 국적, 여성 및 가족에 대한 혐오 표현 발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 “댓글에도 투자를 하자”
악플러들은 찾아갈 대체지가 많지만, 책임 있는 토론이 오갈 수 있는 건강한 공론장은 아직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구관이 명관이라고, 그나마 상징성이 큰 포털의 뉴스 댓글창을 되살리고 사수해야 하진 않을까? 아니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다양한 새 부대를 탐색하며 키워보는 쪽이 더 빠를까? 여러 차례 뉴스 댓글 등 온라인 공론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온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자 쪽에 손을 든다. “이제 포털 뉴스 댓글창 안에서 생산적 논의는 불가능하다. 전체 온라인 생태계에서 포털 뉴스 댓글 섹션이 갖는 위상의 하락은 이제 인정하고 전제해야 한다.”
다만 그것이 온라인 공론장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길은 아니다. “분산해야 하고 새로운 모델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하나의 기사 아래 떼로 몰려들어 수천 개 댓글이 달리고 다수결로 승패가 갈리는 지금의 모델에서 벗어나, 댓글의 질적 도약이 필요한 시기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라면 이제는 더 많은 양화를 만들어낼 생각을 하는 게 좋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그래도 여전히 뉴스 댓글난은 공론장으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다만 트래픽만이 목적이 아닌, 좋은 공론장으로 기능하도록 책임을 질 의지가 있고 각오가 되어 있는 댓글 관리 주체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별도 인력과 기술을 투입해 댓글난을 엄격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해외 주요 언론들처럼, 우리도 댓글에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 포털은 그 역할을 못한다. 언론사가 해야 한다. 이용자에게 뉴스 댓글에 관한 다른 경험을 주기 시작하면 사회 의제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공론장으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선순환 모델이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질 수 있을까? 온라인 공론장이 가장 심각하게 망가지는 시기,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