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은 ‘대한민국’, 김정은은 ‘남조선’…엇갈린 남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정은이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하면서 “미제와 남조선 괴뢰 역도들이 부질없는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의 수치스러운 패배를 절망 속에 자인하고 단념할 때까지 보다 강력한 군사적 공세를 연속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11일 김여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을 받았다며 2차례 걸쳐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을 ‘남조선’을 아닌 사실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 불렀는데, 김정은은 ‘남조선’이라 지칭한 것으로 보도됐다. 동생과 오빠가 한국을 두고 엇갈린 표현을 쓴 것이다.
김여정은 지난 10~11일 미군 정찰기 활동을 비방하며 내놓은 2건의 담화에서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 족속” “《대한민국》의 군부”이란 표현을 썼다. 조선중앙통신은 강조 의미를 담는 용도인 ‘겹화살괄호(《》)’를 사용해 이번 대한민국이란 표현이 의도된 것임을 시사했다. ‘대한민국’ 또는 ‘한국’은 그동안 김여정 담화에서는 물론 그 밖의 북한 주요 매체나 공식 문건에서 볼 수 없던 표현이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번 김여정의 두 차례 담화와 같이 대남 비난 메시지 차원에서 ‘대한민국’을 언급한 것은 최초”라고 말했다. 이에 북한의 대남 정책이 ‘같은 민족이지만 정전협정으로 분단된 특수 관계’ 개념에서 같은 민족이라도 결국 남남이라는 ‘국가 대 국가(두 개의 한국·Two Korea)’ 개념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반도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가 아닌 미국과 풀겠다는 기존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의 변종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4월부터 남북연락사무소·군 통신 채널을 일방적으로 끊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거부 발표를 대남 기구가 아닌 외무성을 통해 한 것도 대남 정책의 큰 틀을 바꾼 후속 조치로 풀이됐다.
그런데 김정은은 지난 12일 ICBM 발사 현장에서 ‘남조선’이란 표현을 쓴 것으로 보도됐다. 조선중앙통신도 “미 일 남조선 《3자핵동맹》” “미국 남조선《핵협의그루빠》회의” “미핵잠수함을 남조선에 투입하여” 등 반복해서 ‘남조선’이라고 썼다. ‘대한민국’이란 문구는 없었다. 전날 발표된 김여정 담화에서는 ‘겹화살괄호(《》)’까지 쓰며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썼는데, 하루 만에 김정은과 관영 통신은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데 대해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발언을 보도하며 ‘대한민국’이라고 써야 하는데 ‘남조선’으로 기재 실수를 한 것이라는 관측과 김여정의 ‘대한민국’ 표현 방침 결정이 하루 만에 철회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의 실수이거나 김여정의 실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 김여정의 ‘대한민국’ 표현 사용이 정책적 차원의 결정이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다.
대북 소식통은 “어찌 됐든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발표된 조선중앙통신을 본 북한 주민들은 ‘대한민국’이라고 해야 할지 ‘남조선’이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면서 “이날 조선중앙통신의 단순 실수이면 다시 ‘대한민국’ 표현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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