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칼럼] 공공기관 지방이전, 선거때문에 미룬다니

김재근 선임기자 2023. 7. 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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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해하기 여려운,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이후로 미뤘는데 두루두루 잠잠한 것이다.

총선 때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가 수도권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신경쓰는 것이다.

500여 개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데 어느 지자체가 팔짱 끼고 구경만 하겠는가? 온갖 논리를 개발하고 다양한 경로로 유치전에 나서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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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이전 결정 약속 뒤집어
여야 모두 수도권 표 의식해 함구
"미루고 연기하다 또 중단" 의구심
김재근 선임기자

요즘 이해하기 여려운,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이후로 미뤘는데 두루두루 잠잠한 것이다. 공공기관 유치전에 열을 열렸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치권도 조용하다.

지자체는 정부의 일방통행에 말도 못붙이고 있다. 행여 각종 공모사업이나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 선정 때 불이익을 받을까 몸을 사리는 것이다. 정치권 여야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을 싸고 혈투를 벌이면서도 이 문제 만큼은 모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총선 때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가 수도권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신경쓰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나 서울-양평 고속도로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훨씬 더 중요하다. 오염수나 고속도로는 조금 먼 이야기이지만 공공기관은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의 명줄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를 써도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판에 직원이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는 기관이 통째로 온다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이처럼 학수고대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두 사람의 입에 의해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늦어지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도 "총선 전에 바람을 타서 너무 갈등 구조로 가면 합리적인 결정을 못 한다."고 밝혔다.

원 장관과 우 위원장이 내세운 이유는 지역 간 과열 경쟁과 갈등, 내년 총선에 미칠 '악영향(?)' 두 가지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핑계고 변명일 뿐이다.

지역 간 경쟁과 갈등은 불가피한 과정의 하나다. 500여 개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데 어느 지자체가 팔짱 끼고 구경만 하겠는가? 온갖 논리를 개발하고 다양한 경로로 유치전에 나서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중앙정부가 합리적 과학적 기준을 만들어 조율하고 결정하면 그만이다. 1년을 미뤄 내년에 결정해도 어차피 동일한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총선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내세우는 것도 무책임한 처사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토면적의 12.1%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있는 세계 최악의 일극 집중 국가이다. 수도권이 지역내 총생산(GRDP)의 52.8%, 1000대 기업의 86.9%, 신용카드 사용액도 75.6%나 차지한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에서 소멸위기에 처한 곳이 59곳이나 된다. 지방 살리기는 단 하루도 미뤄서는 안될, 절박한 국가적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 여야가 정치적 셈법을 이유로 미룰 일이 아니다.

정치권과 정부는 오랜 세월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방기했다. 2005년 153개 기관을 지방으로 옮겼지만 후속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임 문재인 정부도 대선 때 공공기관 이전을 공약했지만 한 게 없다.

지방사람들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에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단행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해놓고 하루 아침에 뒤집었기 때문이다. 원 장관과 우 위원장의 발언에서 데자뷔를 느끼는 것이다. 또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미루고 연기하다 결국 그만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충청권 4개 시·도 역시 공공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전시가 24개, 충남 34개, 충북 32개, 세종시도 정부부처 유관기관을 모시기 위해 전략을 마련하고 중앙정부와 접촉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방사람들이 옛날처럼 그리 어리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550만 충청인도 돌연한 공공기관 이전 연기에 어리둥절하고 있다. 불만과 불안이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야가 적당하게 울궈먹는 총선의 불쏘시개가 될지 어느 한쪽을 활활 태워버리는 활화산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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