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두의 꼬치 COACH]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가 목표” KB 오정현 코치

조영두 2023. 7. 1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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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현재 KBL과 WKBL에는 총 38명의 코치가 각 팀의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이중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있는 반면, 선수 시절 다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코치도 있다. 이번 코너에서는 선수시절 화려한 경력은 아니었지만 지도자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이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7월호 주인공은 청주 KB스타즈 오정현 코치다. 오정현 코치는 2008년 서울 삼성에 입단했지만 4시즌 동안 단 13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4년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용인 삼성생명 전력분석으로 경험을 쌓았고, 2021년 KB스타즈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오정현 코치의 이야기를 담아 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떻게 농구를 시작하게 됐나요?
어릴 때부터 키가 컸어요. 그래서 씨름을 했죠. 경상북도 고령군에서 1등을 해서 도민체전을 나간 적도 있었어요. 원래는 배구부에서 먼저 스카우트 제의가 왔어요. 근데 농구가 더 좋았고, 체육 선생님과 상담 끝에 상주중 농구부 감독님을 소개해주셔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학창 시절 오정현 코치는 어떤 선수였나요?
실력이 뛰어난 것보다 코치님의 지도 철학을 최대한 따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성실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태도를 중요시해서 열심히 훈련했더니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농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도망을 많이 갔어요. 예전에는 체벌이 심했거든요. 맞는 게 싫어서 도망을 갔는데 코치님께 붙잡혀서 돌아오고, 부모님 손에 이끌려왔었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도망친 적이 없어요. 지금 화봉중에 있는 김현수 코치님이 오시면서 농구에 재미를 붙였거든요. 덕분에 대학까지 진학할 수 있었어요.

2008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6순위로 삼성에 지명됐습니다.
당시 동기 중에 일찌감치 국가대표에 뽑힌 선수들이 있어서 풀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2라운드 초중반 정도에 지명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명문 구단이었던 삼성의 부름을 받아서 아쉬움보다 기쁜 마음이 더 컸어요.

프로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당시 코치였던 서동철 전 KT 감독과 맹훈련을 했다고 들었는데요. 이승준이 입단하게 되면서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제가 데뷔 시즌에 1경기를 뛰었어요. 그때는 외국선수 제도가 1, 4쿼터에 두 명이 같이 뛸 수 있었죠.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한 명 출전으로 바뀌면서 서동철 코치님께서 저를 많이 신경써 주셨어요. 10분에서 15분 정도 책임져야 된다고 하셨죠. 근데 혼혈 드래프트를 통해 (이)승준이 형이 오게 됐어요. 프로라면 경쟁이 당연하지만 어린 마음에 아쉬움이 정말 컸어요.

4시즌 동안 단 13경기 출전밖에 하지 못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공익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에 김동광 감독님이 새로 오셨어요. 그리고 NBA 출신의 폴 모케스키 코치님을 초빙했죠. 그분이 저를 정말 많이 신경 써 주셨어요. 같은 센터 포지션이라고 코트 밖에서도 챙겨주셨죠. 인터뷰에서도 제 언급을 해주셔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때 농구가 제일 재밌었고, 실력도 많이 늘었어요. 시즌 때도 모케스키 코치님과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연세가 많아서 그러지 못했어요.

2013-2014시즌 종료 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는데 아쉽지 않았나요?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은퇴하게 됐어요. 선수 시절 아쉬움이 커요. 센터를 보기에는 힘이 너무 약했죠.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것 같아요. 포지션에 적응하지 못한 게 컸어요. 그래도 열심히 했어요. 능력이 한계에 부딪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빨리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 했어요.

“전력분석을 하면서 농구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이른 나이에 유니폼을 벗은 오정현 코치는 교사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생명에서 전력분석 제의가 들어온 것. 고심 끝에 다시 농구계로 돌아온 오정현 코치는 삼성생명에서 경험을 쌓았다. 2020~2021시즌에는 우승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은퇴 후 교사가 됐는데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제가 건국대를 선택한 이유가 체육교육과이기 때문이에요. 졸업하면 교원 자격증이 나오거든요. 덕분에 은퇴 후에 사립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있을 수 있었죠. 명일여고, 중암중, 계양고 등 4, 5개월 동안 여러 학교를 돌아다녔어요.

교사 생활은 어땠나요?
기간제 교사라 시간 강사 개념이었어요. 수업 시간 맞춰서 체육 수업을 맡아서 했죠. 체육은 실기 시험이 있으니까 체육 부장님이 시키시는 대로 학생들을 지도했어요. 어려운 점도 없고,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이후 이호근 감독의 제의로 삼성생명 전력분석이 됐습니다.
그때 이호근 감독님 마지막 시즌이라 팀에서 6개월 계약을 제시했어요. 교사의 길을 계속 가야할지, 프로팀 전력분석 기회가 왔을 때 해야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죠. 가족, 지인들한테 조언을 구했는데 전력분석을 많이 추천하더라고요. 그래서 삼성생명으로 가게 됐어요.

주로 어떤 업무를 했나요?
전력분석 겸 스카우트였어요. 여자 고등학교나 대학교 경기를 많이 보러 다녔죠. 그때는 외국선수 제도가 있어서 영상과 보고서를 작성해 코칭스태프에 전달했어요. 그리고 상대팀 전술이나 장단점을 영상으로 편집해서 참고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했죠. 팀 훈련 때는 키가 크니까 가상의 외국선수를 맡았어요. 여담으로... (박)지수 역할도 제가 했었어요(웃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삼성은 남녀 농구단이 같은 전력분석실을 사용했어요. 삼성생명 전력분석이 제가 처음이었거든요. 선수 시절에 저를 좋게 보셨는지 원래 없던 자리를 만들었더라고요. 당시 삼성 전력분석으로 이두훈 코치님, 임성준 전력분석, (이)창수 형이 계셔서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혼자였으면 분명 힘들었을 텐데 정말 다행이었죠.

전력분석을 하다보면 농구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영상을 많이 보니까 평상시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동작 하나하나까지 잘 보이더라고요. 선수들한테도 영상을 많이 보라고 하잖아요? 도움 되는 게 있기 때문이에요. 농구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아지는 것 같아요.

2020~2021시즌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기뻤어요.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거라 우승은 생각지도 않았거든요. 언더독이었는데 (아산) 우리은행을 꺾으면서 분위기를 탔죠. 선수단이 하나로 뭉쳤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였어요. 잃은 게 없는 상황이라 오히려 부담감 없이 시리즈를 치렀던 것 같아요.

“올 시즌에 꼭 자존심 회복하고 싶어요”
오정현 코치는 2021~2022시즌을 앞두고 KB스타즈 지휘봉을 잡은 김완수 감독을 따라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전력분석으로 착실하게 쌓은 공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첫 시즌 김완수 감독을 훌륭하게 보좌했고, KB스타즈의 창단 첫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두 시즌 동안 희노애락을 모두 경험한 오정현 코치는 KB스타즈의 도약을 위해 열심히 선수단을 지도하고 있다.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신임 김완수 감독을 따라 KB스타즈 코치로 합류했는데요?
우승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KB스타즈에 김완수 감독님이 가셨다는 기사를 봤어요. 평소 인사 정도 하는 사이라 축하드린다고 카톡을 보냈었죠. 그리고 바로 다음날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같이 해보고 싶은데 코치로 올 생각 있어?”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지만 고민이 되더라고요. 임근배 감독님, 한치영 사무국장님께 말씀을 드렸고, 상의 끝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코치직을 수락하게 됐어요.

코치 생활이 처음인데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많았어요. 지도자는 독한 면도 있어야 되는데 제 성격이 그러지 못했어요. 노력은 하고 있는데 아직도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코치는 농구를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감독님이 뭘 원하시는지 빨리 파악해서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때로는 강한 피드백을 주기도 해야 하거든요. 제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데 마냥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바뀌려고 노력 중이에요.

센터 출신이라 센터 포지션 선수들에게 많이 도움을 줄 것 같은데요?
김완수 감독님께서 훈련 때 (김)소담이와 (안)정현이를 맡겨주세요. 지수는 워낙 좋은 재능을 갖고 있어서 논외니까요. 경기 때 필요한 부분들을 많이 알려주려고 해요. 애착이 더 가는 것도 사실이고요. 책임감을 갖고 있어요. 소담이와 정현이가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코치 첫 시즌이었던 2021~2022시즌 KB스타즈가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첫 시즌에 바로 통합 우승을 하니까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단기전에서 분위기를 정말 잘 탔어요. 부담감도 컸어요. 주변에서 당연히 우승해야 된다고 했으니까요. 잘해야 본전인 느낌이었죠. 정규리그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어려움 없이 통합 우승해서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반대로 지난 시즌에는 5위에 그치면서 어려움이 정말 많았는데요?
지수가 이탈하면서 타격이 컸어요.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4위 정도만 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었어요. 지수가 오면 플레이오프에서 반전을 노릴 수 있으니까요. 근데 2라운드에 (김)민정이가 코로나19 확진이 되고, (강)이슬이가 허리 부상을 당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어요. 그 시기가 정말 아쉬워요. 잘 넘겼으면 끝까지 4위 싸움을 했을 텐데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서 어려워졌죠.

오정현 코치만의 지도자 철학은 무엇인가요?
저는 선수 시절에 좋은 훈련 태도를 가져가려고 노력했어요. 지도자가 되어서도 선수들에게 가장 바라는 점은 훈련 태도예요. 진정성 있게 대하려고 하죠.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 소통하면서 존중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선수시절 주목을 받지 못했어도 지도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은데요?
코치가 되고 나서 가끔 선수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꿈꿨던 프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어서 너무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인생을 잘 살아온 것 같아요. 무슨 일이든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한다면 누구나 기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잘 보이려고 한 것보다 제 위치에서 묵묵히 하다 보니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요?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가 목표예요.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소통하는 그런 지도자요. 그리고 지난 시즌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어요. 올 시즌에는 꼭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오정현 코치 프로필
생년월일_1985년 9월 21일
신장/체중_198cm/92kg
출신학교_쌍림초-상주중-상산전자고-건국대
선수 경력_2008~2014 서울 삼성
지도자 경력_2021~현재 청주 KB스타즈

# 사진_KBL PHOTOS,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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