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ESG 투자, 1년 새 3배 늘어난 사연은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지난해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규모가 1년 새 3배로 불어났다. 외부에 위탁 맡긴 주식·채권 자산군을 모두 책임투자로 간주하기 시작하면서 금액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형·ESG(환경·사회·지배구조)형 펀드에 투자한 것이 아니더라도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하는 등 자격을 갖춘 운용사가 운용하는 자산이라면 책임투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 보여주기식 통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기금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책임투자를 고려하는' 자산군 운용 규모는 2021년 말 130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84조1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불었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에 대해 기후변화, 환경영향 관리, 친환경 제품 개발, 인적자원관리 및 인권, 산업안전, 주주권리 향상, 이사회 구성과 운영, 내부통제와 준법 등 ESG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라고 의미를 밝히고 있다.
1년 새 ESG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 보이게 된 건 외부에 위탁을 맡긴 국내외 주식과 채권 284조원을 모두 ESG 투자 자산으로 잡으면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은 운용 기금의 47.8%를 위탁 운용으로 맡기고 있는데, 이 중 대체투자를 제외한 주식과 채권 자산은 전부 ESG 투자로 집계했다.
2021년까지는 전체 위탁 자산 중 약 7조7000억원만 책임투자를 고려한 자산으로 포함했는데 올해는 전부 반영하면서 ESG 투자가 늘어난 것 같은 착시가 생긴 것이다. 반면 직접운용 분에서는 오히려 책임투자가 줄었다. 국내주식 직접운용에서 책임투자 자산은 84조3000억원에서 62조원으로, 국내채권은 38조2000억원에서 37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위탁 부문에 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하도록 해서 그런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한 자산운용사 대표 역시 "국민연금이 몇해 전부터 책임투자 강화 차원에서 위탁사 선정시 책임투자에 가산점을 부여하면서 거의 모든 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고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왔다"며 "반드시 책임투자형, ESG형 편드에 투자한 게 아니어도 넓은 의미에서 책임투자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책임투자 범위가 과도하게 넓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대부분 국내외 운용사들이 책임투자 지침을 내부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ESG 투자'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또 위탁 운용사들에 따르면 모든 위탁사들이 책임투자형으로 선정되는 것도 아니어서 책임투자 평가 기준과 무관하게 선정된 곳들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책임투자 운용사 선정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1점) ▲스튜어드십코드 지침(0.5점) ▲책임투자 정책 및 지침(0.5점) 세가지를 평가 항목으로 두고 있어, 총점 100점 중 가산점 형태로 2점을 부여하고 있다. 이 기준은 2021년에도 거의 동일하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ESG에 포커스를 둔 펀드만 ESG 투자라고 하기엔 범위가 좁을 수 있지만, 그래도 운용사 대부분이 책임투자 정책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위탁 자산 전부를 책임투자라고 분류하는 건 너무 광범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무리하게 ESG 자산을 잡은 것이 과거 제시한 계획에 맞추기 위한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2020년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한 ESG 관련 투자 확대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은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군 규모를 약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위탁 운용 자산 편입을 통해 지난해 책임투자 자산 비중은 전년도 13.7%에서 43.1%로 뛰었다.
한 ESG 평가 관련 전문가는 "국민연금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금을 운영해야 하는 만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의 실질적인 ESG 투자가 집행될 필요가 있다"며 "또 국내 연기금, 기관이 국민연금의 ESG 투자 수준을 보고 벤치마크하고 있는 만큼 선한 영향력을 위해서라도 ESG 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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