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단독인터뷰②] '감독' 김기동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마이데일리 = 포항 최병진 기자] 김기동(51)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도 남다르게 시작했다.
김 감독을 대표하는 단어는 '산전수전'이다. 김 감독은 무려 40살의 나이까지 현역 생활을 했다. 2011년에 은퇴한 김 감독은 K리그 통산 총 501경기에 출전하면서 역대 필드 플레이어 최다 출전 2위에 올랐다. '철인'으로 불리며 무수히 많은 역경을 이겨내 왔다.
감독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2019년 시즌 중반에 최순호 감독의 뒤를 이어 처음으로 포항을 지휘했다. 신임 감독임에도 김 감독은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2019년을 4위로 마무리한 뒤 다음 해에는 3위를 기록하며 K리그 최초 3위팀 감독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21시즌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준우승을 거뒀고, 다음 해에도 3위를 차지하 ACL 진출권을 획득했다. 감독 5년차에 벌써부터 여러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모습이다.
Q)어느덧 감독 '5년차'인데?
"눈 감았다 뜨니까 5년이 지나갔다. 2019년에 처음 감독이 되고 2년 동안 정말 정신이 없었다. 시즌 중반에 부임했고, 팀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기복이 엄청 심했던 시기다. 그러고 처음으로 동계 훈련부터 시작을 했던 2020년에 기대가 컸다. 의욕도 불타올랐다(웃음). 코로나19가 터진 상황에서 무관중으로 경기를 했는데도 3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21년에 선수들이 많이 떠났는데 새로운 선수들이 오고 '감독상'을 받은 감독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 같았다(웃음). 그래서 부담감이 컸다. 힘든 상황 속에서 ACL도 잘 치렀다."
"그렇게 3시즌을 보내고 나니까 마음이 정리가 됐다. 그러면서 일을 분담시켰다. 이전까지는 내가 모든 걸 꽉 잡고 다 했다. 선수단 관리부터 훈련 지시, 영상 분석 등 모든 걸 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었다. 번아웃도 왔고 3년이 30년 같더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웃음). 그래서 코치들을 모아두고 내가 큰 틀을 잡을 테니 나머지는 각자 맡아서 진행하라고 했다. 일을 덜다 보니까 그나마 여유가 생겼다."
Q)그만큼 의욕이 넘쳤던 것인가?
"남을 잘 못 믿는 거다(웃음). 누굴 시켜도 성에 안 차더라.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티를 내지는 않고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준다. 내가 무엇인가를 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다. 영상 분석을 하다가도 포인트를 못 찾으면 잠을 못 잔다. 집에서도 한 새벽 2시까지 영상을 보고 있으면 아내가 와서 '아직 못 찾았어?' 이런다(웃음). '내일 하자'라고 하는데 '안돼 찾아야 돼'라면서 계속 본다. 상대팀의 약점이나 강점을 찾아야만 만족을 한다."
Q)경기 준비에서 상대 비중을 어느 정도로 두는가?
"우리 스타일을 70%정도 생각하고 상대 스타일에 30%정도 대응을 한다. 큰 틀은 유지하는 상황에서 상대의 약점이 무엇인지 고민을 한 다음에 1~2가지를 공략하려고 한다."
Q)특별히 기억에 남는 해가 있나?
"특별한 해는 없다. 매 해를 돌아보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마무리는 좋더라도 과정은 항상 힘들다. 2021년에도 팔로세비치, 일류첸코(이상 FC서울), 송민규(전북 현대) 모두 나가고 신진호(인천 유나이티드), 신광훈, 임상협(서울) 등이 새로 들어왔다. 그때가 가장 힘들긴 했다. 팀의 색깔이 완전히 달라졌다. 선수들에게 나의 스타일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수단에 맞게 변화를 줬다. 그럼에도 강현무(김천 상무)가 다치기 전까지 리그에서 성적이 좋았다. 그러면서 ACL을 병행했기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당시에는 ACL에 집중하기로 결정했고 준우승까지 달성했다."
Q)지금의 김기동과 2019년의 김기동은 어떤 차이가 있나?
"여유라기보다는 이제는 '흐름'을 좀 보는 것 같다. 처음에는 감독의 역할이 생소했다. 코치처럼 내가 다 뛰어다니고 그랬는데 이제는 '감독이면 이런 걸 해줘야 하는구나'라는 걸 알아가고 있다. 배가 물길을 따라가는 것처럼 나도 그 위에 올라가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느낌이다."
Q)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지도자는 누구인가?
"축구 쪽으로는 역시 부천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지도해주신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이다. 나부터 이임생 감독·윤정환 감독·남기일 감독·조성환 감독 등이 모두 니폼니시 감독 제자다. 큰 방향을 제시해 줬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Q)이제는 니폼니시 감독의 제자들이 서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재미있다. 맨날 운동장에서 몸으로 싸우던 사람들이 이제는 감독이 됐고 머리싸움을 펼치고 있다(웃음). 경기를 하다 보면 이기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가위바위보도 이기고 싶더라(웃음)."
Q)감독을 잘할 자신이 있었나?
"나는 항상 자신 있었다. 코치 때도 감독이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선수 때 12명의 감독을 거쳤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이걸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라는 걸 배웠다. 그 부분들을 조화롭게 가져간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까 스스로 정립이 잘 돼 있었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알려주신 목사님이 해준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선수 생활을 오래 할 때 같이 훈련했던 남기일, 윤정환 등은 이미 지도자를 하고 있었다. 목사님이 나한테 '동료들이 감독을 하고 있는데 뒤쳐진 것 같지 않니?'라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높은 건물을 지으려면 지하를 깊게 파야 한다. 아무리 높게 세우고 싶어도 깊게 파지 않으면 결국 건물은 쓰러진다. 너는 지금 지하를 열심히 파는 거다. 조금 늦더라도 나중에 가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내실을 다진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그 말씀이 감독 생활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김기동·발레리 니폼니시.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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