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500경기 금자탑' 기성용 "나이 드니깐 혼자 뭘 하긴 어려워"
[골닷컴, 상암] 김형중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살아있는 전설 기성용이 프로 통산 5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기성용은 12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3 22라운드 수원FC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 지금까지 프로 무대에서 499경기를 뛰었던 기성용은 이날 경기 출전으로 자신의 프로 통산 500번째 경기를 소화하게 되었다.
2006년 만 17세의 나이로 서울에 입단한 기성용은 이듬해인 2007 시즌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2009년까지 서울 유니폼을 입고 모든 대회에서 93경기를 뛴 기성용은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이적해 2012년까지 87경기를 소화했다.
스코틀랜드 무대에서 리그와 컵 대회 우승컵을 거머쥔 기성용은 2012년 여름, 꿈의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옮겨 스완지 유니폼을 입었다. 선덜랜드 임대 기간 1년을 포함해 6년 간 196경기를 뛰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23경기 출전 기록을 썼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전 스페인 라리가 마요르카에서 1경기를 소화한 기성용은 친정팀인 K리그 서울로 돌아왔다. 매 시즌 서울의 중원을 책임지며 핵심 선수 역할을 해냈고, 이날 경기에 선발 출전함으로써 프로 통산 500경기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세우게 되었다.
경기에서는 서울이 수원FC를 7-2로 대파했다. 구단 역사상 단일 경기 최다 골 기록이었다. 나상호와 김신진이 멀티골을 뽑아냈고, 김주성과 윌리안, 김경민이 한 골씩 보탰다.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 참석해 취재진과 만난 기성용은 "홈에서 많은 골을 넣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만족한다. 뜻 깊은 경기였는데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500경기라는 것은) 2주 전에 알았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 허무한 것 같기도 하다. 500경기를 치를 수 있어 영광이다"라며 기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프로 데뷔전을 꼽았다. 그는 "귀네슈 감독님이 동계훈련 때부터 기회를 주셨다. 아무 생각 없이 뛰어다녔다"라고 회상했다. 2007년 열렸던 그 경기에서 서울은 대구를 만나 2-0으로 승리했다.
다음은 기성용의 기자회견 전문.
Q. 경기 소감?
팀이 지난 몇 경기 동안 아쉬운 모습을 보였었는데 홈에서 많은 골을 넣고 선수들이 다시 좋은 분위기를 만든 것에 대해 만족스럽다. 개인적으로도 뜻 깊은 경기였는데 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많은 경기가 남았고 목표인 파이널A로 들어가기 위해 잘 준비해야 한다.
Q. 500경기 기록은 언제쯤 알았나?
한 2주 전에 알았다. 특별하게 생각은 안 했는데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게 허무한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 데뷔한 게 2007년이었는데 벌써 시간이 지나서 같은 곳에서 500경기를 치를 수 있어 영광이다. 운동장은 그대로인데 제가 많이 변한 것 같아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많은 경기가 기억에 남지만 프로 첫 경기가 가장 떨렸고 생각이 많이 난다. 그 당시에는 어린 나이에 경기에 뛸 수 있을 거라 상상도 못했는데 귀네슈 감독님께서 동계훈련 때부터 기회를 많이 주셨다. 개막전부터 데뷔를 하게 됐는데 긴장도 많이 되고 프로에 첫 발을 딛는다는 설렘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영국에서도 좋은 기억이 많이 있지만 대구와의 K리그 데뷔전이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다.
Q. 긴장되었을 때 가장 도움을 주었던 선배는?
그때 당시 이을용 선배님이나 이민성, 김한윤, 김병지 선배님 등 제가 제일 어렸을 때 최고 고참 선배님들이 긴장을 많이 완화시켜 주셨다. 지금 FC서울의 코치님인 김진규 선배님도 그때 서울에 계시진 않았지만 힘이 되어 주셨다. 동기지만 저보다 먼저 데뷔한 청용이도 경험을 많은 얘기해주었다. 그때 기억이 흐릿하다. 긴장도 많이 되었고 서울이라는 큰 팀에서 뛰었는데, 2-0으로 이겼다. 선배들이 많이 받혀주고, 전 아무 생각 없이 뛰어다녔다.
Q. 500경기 관련해 이청용, 구자철과 이야기 나눴나?
친구들한테는 이야기 안 했다. 기사가 나가면 연락이 올 거 같다. 항상 K리그를 같이 뛰고 있지만 소중한 친구들이다. 비록 상대 팀으로 만나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지만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한 추억이다. 대표팀에서도 항상 그랬지만 지금도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 저희가 언제까지 같이 K리그에서 뛸진 모르지만 같이 끝나는 그날까지 좋은 추억 많이 남겼으면 좋겠다.
Q. 앞으로 얼마나 더 뛸 것 같나?
사실 목표는 잡아두지 않았다. 목표를 잡기보단 팀이 우선이다. 개인의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팀이 잘 되어야 한다. 팀에 보탬이 안 된다면 언제든지 그만둘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매 경기가 소중하다. 목표를 크게 잡기보단 다가오는 한 경기가 소중하다. 가족들은 축구를 오래하기 바라는 게 있지만, 개인적으로 동기부여가 중요하고 팀 성적이나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다 고려해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500경기라는 먼 길을 온 것은 뜻 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상황을 다 고려해서 제 목표를 조금씩 잡아볼 생각이다.
Q. 지금 가장 큰 동기부여?
지금은 개인적인 목표는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거나 상을 받고 싶은 목표는 없다. FC서울이 몇 년 동안 좋지 않은 성적과 어려운 상황에 있었는데, 올해는 꼭 파이널A에 가고 그 목표가 이루어졌을 때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게 두 번째 목표다. 근데 그건 혼자만의 목표가 아니고 모든 선수들의 목표다. 나이가 점점 드니깐 혼자 뭔가를 하기엔 힘든 부분이 있다. 어렸을 때는 제가 팀을 끌고 가기도 하고 팀의 기둥 역할도 했는데 지금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게 즐겁고, 서울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 선수들과 함께 올해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Q. 자신에게 서울이란 팀의 의미?
프로에 데뷔한 팀이다. 그 기회를 받았기 때문에 대표팀 선수도 할 수 있었고 해외진출도 할 수 있었다. 제가 말을 안 해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제가 얼마나 서울을 특별히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는 것을 안다. 제 커리어에서 가장 소중한 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올핸 다른 모습으로 꼭 파이널A에 가고 싶다. 나이가 드니깐 이 팀에 대해 더 소중함을 느끼고 있고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어렸을 때보다 더 커진 것 같다.
Q. 몸 관리 노하우는?
나이가 들고 부상을 많이 겪다 보니깐 축구선수를 하기에 쉽지 않은 것 같다. 치료도 많이 받고 있고 축구를 보기도 많이 보고 자이로토닉도 하고 이것저것 많이 한다. 여기에 집중하다 보니 삶이 없긴 하다. 따로 취미를 즐긴다던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조금 힘들긴 한데, 아직 축구가 좋아서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래서 이 자리까지 왔다. 100% 만족스럽진 않지만 관리를 철저히 해서 이 자리까지 왔으니 앞으로 몸 관리를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몸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잘 관리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더 쓰고 있다.
Q.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옛날에는 노력 진짜 많이 했는데 이젠 노력을 많이 하다 보면 몸에 무리가 와서 예전만큼 못하는 게 서글프다. 지금은 어릴 때만큼 노력하기 보다 유지하고 관리하면서 경기에 나가고 있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보다 훈련에 참여 못할 때도 있고, 어린 선수들이 훈련할 때 전 관리를 받을 때도 있다. 그래서 미안하기도 하다. 선수들은 제가 논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시간에 열심히 관리하고 치료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끝나는 날까지 부상 없이 팀에 도움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언젠간 이 자리에서 물러날 시간이 올텐데 그때까지 FC서울이 좋은 모습으로 아름답게 무언가가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크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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