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배구 야전 사령관의 외침 "우리만의 색깔 있어야 한다"

고성=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2023. 7. 1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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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세터 김다인. 국제배구연맹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 세터 김다인(25·현대건설)이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전패 수모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성장을 다짐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달 2023 VNL에서 12전 전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 2021년부터 따지면 27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고, 지난해에 이어 2회 연속 전패의 굴욕을 맛봤다.

대회는 지난 2일 막을 내렸고, 대표팀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김다인은 일주일간 휴식을 취한 뒤 지난 10일부터 경상남도 고성군 일대에서 열린 현대건설 전지 훈련에 합류했다.

마른 체형인데도 2kg이나 빠져서 돌아온 김다인의 모습은 대회의 고단했던 일정과 마음고생을 말해주는 듯했다. 김다인은 "대회를 마친 뒤 3일 정도는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쉬었다"면서 "남은 휴가 기간에는 개인 운동을 하면서 팀 합류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VNL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느낀 점이 많았다. 김다인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면서 "한편으로는 선수로서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부족한 게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더 노력하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토스를 올리는 김다인. 국제배구연맹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주전 세터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김다인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는 김다인은 "세터가 굉장히 중요한 포지션인 만큼 끌려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아직 어리지만 모든 선수들이 세터인 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흔들리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 활기찬 플레이로 팀원들을 이끌어야 된다"면서 "실력도 중요하지만 책임감을 갖고 임하려고 한다"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대회 성적은 아쉬웠지만 성장한 선수도 분명 있었다. 김다인은 이번 대회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단 김다은(22·흥국생명)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김다인은 "(김)다은이가 굉장히 잘한 것 같다. 평소엔 소극적인 줄 알았는데 경기에 들어가면 파이팅이 넘친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은이가 최근까지 아웃사이드 히터를 맡다가 대회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를 소화했다"면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는데 경기 때 볼 처리를 굉장히 잘해줬고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칭찬했다.

본인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깨달은 점이 많았다. 김다인은 "국제 대회에서는 다른 팀들에게 높이에서 밀리는 만큼 기술적인 부분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면서 "서브를 강하게 쳐야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팀에 도움이 되려면 이런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나라 선수들은 신체적인 능력이 좋은데 최근 기술까지 향상됐다"면서 "우리도 우리만의 색깔이 있어야 맞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 세터 김다인. 한국배구연맹

지난 2022-2023시즌 소속팀의 성적도 아쉬움이 남는다. 개막 후 15연승을 달리는 등 무서운 상승세로 우승에 도전했지만 주포 야스민(27)과 주전 리베로 김연견(30)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 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정규 리그를 2위로 마친 뒤 포스트 시즌 플레이오프(PO)에 나섰지만 한국도로공사에 발목을 잡혀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김다인은 "야스민이 부상으로 이탈한 뒤 (황)연주 언니로 남은 경기를 버텼다"면서 "4라운드까지 1위를 뺏기지 않았던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없다 보니까 랠리가 많아지고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면서 5라운드부터 힘들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현대건설은 아쉽게 우승을 놓친 만큼 새 시즌을 앞두고 전력 보강에 열을 올렸다.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시행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태국 출신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이 시통(24·174cm)을 지명했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V리그경험이 풍부한 모마(30·184cm)를 영입했다.

김다인 입장에선 새롭게 호흡을 맞춰야 한다. 이에 김다인은 "기대 반 걱정 반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주전 세터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주포로 활약할 모마와 호흡에 대해 생각이 많다. 김다인은 "모마는 어떤 스타일인지 모르겠지만 높게 때리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높이나 공 속도 등 부분을 맞춰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야스민과 호흡도 처음에는 잘 맞지 않았지만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좋아졌다. 초반에만 조금 고생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김다인은 새 시즌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2년 연속 우승을 놓쳐 많이 아쉬웠다. 선수들과 마지막에는 웃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면서 "일단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고, 마지막에 웃는 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성=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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