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 하다 덜컥 2대 주주된 '모험가좌'…주주활동 나선다
직업에 '모험가'…"27년간 꺾이지 않는 마음"
"단순 투자 이상의 적극적 주주활동 나선다"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물타기(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평균 매수단가가 현재의 주가보다 높을 때 손실을 줄일 목적으로 일정 기간을 두고 계속 매수하는 것) 하다 덜컥 대주주가 된 슈퍼개미가 주식 시장에서 화제다. 외식 전문기업 디딤이앤에프(217620)에 투자한 김모(45)씨가 최근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로 인한 비자발적으로 2대 주주에 올라서면서다.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함에 따라 작성한 지분 보유자 보고 공시에서 직업을 ‘모험가’라고 소개한 그는 향후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설 것이라 예고했다.
김씨는 디딤이앤에프의 전체 주식 중 지분 6.91%를 보유하고 있다. 김씨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모은 배경은 그가 지난 3월 ‘특이한’ 대량보유 상황 보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그는 해당 보고서에 본인의 직업을 ‘모험가’, 소속회사에는 ‘접속’, 부서는 ‘foolish(멍청한)’ 등이라고 작성했다.
김씨가 조롱 섞인 내용의 공시를 한 배경에는 디딤이앤에프 주가 급락에 따른 반발심 때문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는 지난 2022년 6월 17일 처음 디딤이앤에프 주식을 1695원에 27만2528주, 약 4억6000만원 규모를 사들였다. 당시 1200~1300원에 머물던 디딤이앤에프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할 시기였다. 이에 김씨는 같은 달 21일 1845원에 9만9000주를 추격 매수했고, 23일부터 28일까지 약 45만8472주를 더 매수하며 총 83만주까지 비중을 늘렸다.
이 기간에 김씨는 약 15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디딤이앤에프에 쏟았다. 그러나 디딤이앤에프는 30일 종가기준 1890원을 찍고, 7월 1일 20% 넘게 급락해 하루 만에 1500원으로 내려앉았다. 당시 김씨의 평단가가 1808.08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약 17%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디딤이앤에프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같은 해 7월 29일 한 번 더 반등했는데 김씨 역시 이날 62만6041주, 약 8억6000만원을 사들이면서 평단가를 1624원까지 낮췄다. 그러나 종가 기준 1600원선을 넘지 못하고 손실 구간에 머문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김씨는 지난 3월까지 꾸준히 추격매수를 하면서 지분을 늘려 총 357만1818주까지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상황은 최근 들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였던 웨스트포인트 인베스트먼트가 더블에스네트워크에 보유 지분을 다시 매각할 예정이었지만, 양수대금이 납입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되면서다. 계약이 해지됐음에도 웨스트포인트 인베스트먼트는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소유주식 195만주를 처분했다.
김씨는 지난달 말 디딤이앤에프가 1679원 고점을 찍으면서 수익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웨스트포인트 인베스트먼트가 블록딜로 주식을 처분한 직후인 지난 6일 디딤이앤에프가 하한가를 기록해 1004원까지 떨어지면서 다시 손실 구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공시 세부내역 변동에 따르면 김씨는 현재까지 44억2277만원을 투자했고, 평단가는 1238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웨스트포인트 인베스트먼트가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2대 주주인 애니메이션 영화와 비디오, 웹툰을 사업을 벌이고 있는 테라핀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3대 주주였던 김씨는 비자발적으로 2대 주주에 올랐다. 손실구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김씨는 향후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선언했다. 지난 3월 부서를 foolish로 적었던 김씨는 지난 10일 Contingency Plan Team(비상계획팀)으로 바꾸고, 직위를 Investor(투자자)에서 Founder & Captain(창립자 그리고 우두머리)로 바꿨다. 취득 자금 등의 조성경위 및 원천 내역에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27년 동안 꾸준히 투자함. 자기자본”이라고 적었다.
디딤이앤에프 측은 김씨에 대해 모른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디딤이앤에프 관계자는 “디딤이앤에프는 최대주주 변동과는 별개로 전문 경영인 체제 중심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모씨에 대해선 “회사와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 알고 있는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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