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넘어 나토와 안보 공조… 北은 中·러와 밀착 가속

이현미 2023. 7. 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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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대결 강화 속 北은 ICBM 도발
김여정 ‘美 정찰 트집’ 때 조짐 감지
우크라에 집속탄 제공 美 결정 규탄
동시에 中·러와 결속강화 의지 천명
한·미·일 북핵 대표 ICBM 대응 협의
韓, 나토 군사기밀 공유 ‘바이시스’ 참여
나토 정상들, 北에 CVID 촉구 공동성명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동안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나토가 공동성명에서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촉구한 점을 감안하면 나토와 북한이 직접 대립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한국이 미국, 일본은 물론 나토와도 접촉을 늘리는 가운데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의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나토 대(對) 북·중·러’ 대결 구도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4월 1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북한의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13일) 모습. 평양=AP뉴시스
12일 북한의 ICBM 발사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5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쏜 지 27일 만이다. ICBM 발사는 4월13일 이후 90일 만이다. 발사된 ICBM 사거리는 1만5000㎞쯤으로 추정되는데 미 본토 전역이 타격권에 해당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남한을 기존의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며 완전히 남의 나라를 대하듯 행동했다. 남북관계는 더 이상 ‘같은 민족끼리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그냥 ‘서로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일 뿐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이날 도발은 한국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 성격이 강하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미 정찰기가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군사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최근 정찰위성 발사 실패로 김정은 체제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어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도 전날 심야에 담화를 내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송이폭탄(집속탄) 제공을 결정했다”며 “나는 위임에 따라 우리 공화국 정부의 이름으로 우크라이나에 대량살육 무기를 제공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을 세계를 새로운 참화 속에 몰아넣으려는 위험천만한 범죄행위로 규탄하며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위임에 따랐다는 것은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란 의미다. 담화는 또 “(러시아가) 반드시 종국적 승리를 이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나토의 규탄 대상이 된 러시아와 굳게 연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중국의 결속 또한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마침 이날 북·중 우호조약 체결 62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한 북측 인사들은 “(양국) 친선관계를 더욱 승화 발전시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북·중·러 결집에 맞서 한·미·일 군사협력이 한층 심화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나토의 연대도 강화하고 있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북핵수석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 ICBM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김승겸 합참의장,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요시다 요시히데 일본 통합막료장(우리 합참의장 해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현안에 관해 논의하고 3국 군사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NSC)에 화상으로 참여해 “(북한에 맞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결속을 촉구할 것”이라고 당부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나토와 군사정보 공유 및 사이버 안보 협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국가들과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마침 한국은 나토 동맹국들 간 군사기밀 공유망 ‘바이시스’(BICES)에 참여키로 했다. 이는 나토 동맹국들이 군사기밀을 공유하고 공동 계획 또는 행동을 모색하는 시스템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우리와 나토가 바이시스 망을 열어 놓고 공유하면 앞으로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만들고 가동할 때 한·미 간에 핵 정보 공유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시스는 주로 사이버 정보와 해킹 등 사이버상의 불법 활동, 대테러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 협력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나토 31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에 CVID를 촉구함과 동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빌뉴스=이현미 기자, 구현모·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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