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서사시' 급한 北…김승겸, 美·日과 논의중 받은 '급전'
북한이 12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추정 미사일을 역대 최장 시간인 74분간 날리는 도발을 벌였다. 1호 군사정찰위성의 시험발사 실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의 대북 규탄 성명 등 대내외 악재에 직면한 북한 정권이 무력 과시에 대한 의존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앞두면서 체제 결속 목적의 대외 투쟁 노선을 부각하고 있다. 북한은 핵개발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에 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중심 체제 결속 시도를 거듭해 왔다. 북한 관영매체는 북미 정상회담 공동 합의가 결렬된 '하노이 노딜'이 있었던 2019년 "인민이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의 로숙하고 세련된 령도밑에 조국청사에 길이 빛날 영웅 서사시를 아로새긴 의의 깊은 해"라며 의미를 부여했을 정도다.
이번 도발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오빠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위임을 받아 미군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뒤 벌어진 사건이기도 하다.
북한은 이날 평양으로부터 1000㎞ 거리인 동해상까지 ICBM 추정 미사일을 발사했다. 합참은 이날 "우리 군은 오늘 10시 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지난달 15일 순안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쏜 이후 27일만이다. ICBM을 기준으론 지난 4월13일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고각 발사한 고체연료 기반 신형 ICBM '화성-18형' 1발 이후 90일만이다. 일본 방위성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쏜 ICBM의 정점고도는 6000㎞ 이상에 이르렀고 비행시간은 약 74분이다.
김 부부장은 11일 담화를 내고 "지난 10일 미 공군전략정찰기가 조선 동해 우리측 경제수역 상공을 8차에 걸쳐 무단침범했다"는 일방적 주장을 펼치며 "나는 위임에 따라 우리 군의 대응행동을 예고했다" 했다.
앞서 나토 정상들은 11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에서 개막한 나토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촉구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하와이에선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을 비롯한 한미일 3국 합참의장회의(Tri-CHOD)를 통해 3국 합참의장들이 북한발 안보 위협 대응 등에 논의했다. 3국 합참의장은 회의 막바지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나토정상성명의 대북규탄을 배격하고 정찰위성 실패의 충격을 벗어나 체제결속을 이끌려는 의도"라며 "7월27일 70주년 대규모 열병식까지 한반도 군사적 주도권을 극대화 해 나가겠다는 전략적 로드맵하에 움직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5월31일 위성발사에 실패한 이후 북한은 별다른 이슈를 만들지 못해왔다"라며 "내러티브(서사)를 중시하는 북한은 위성발사 실패한 후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및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북핵수석대표와 3자 유선협의를 갖고, 이번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3국 수석대표는 최근 북한이 한미 동맹의 공해상에서의 정상적인 비행 활동에 대해 군사적 위협을 가한 데에 이어, 이날 동해상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했다"고 했다.
합참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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