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물난리’ 아파트… 건설사 책임 물을 수 있을까
“내부 누수·배수관 부족 문제 구분해야”
하자 담보책임 기간이라면 시공사에 책임 물을 수 있어
최근 기록적인 여름철 폭우가 쏟아지면서 신축 아파트에 물이 새거나 단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신축아파트의 경우 침수나 누수 피해는 시공사가 보상해줄 수 있지만 천재지변 등 폭우로 인한 피해는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에 잘 구분해야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폭우가 내린 지난 11일 서울과 수도권의 일부 신축아파트에서 로비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입주가 시작된 지 4개월 차에 접어든 3375세대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에서는 단지 내 보행로와 커뮤니티센터 등 곳곳이 물에 잠겼다. 지난 6월말 입주를 시작한 인천 서구 ‘검암역 로얄파크시티푸르지오’에서도 지하 출입구에 물 고이는 등 침수 피해를 입었다.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 시공사인 GS건설은 전날 침수 피해가 발생한 커뮤니티센터 일대는 지대가 낮고 개방형으로 건설하기 위해 바깥 공간과 단차를 두지 않고 디자인해 외부 빗물이 들어온 것이라며 배수관을 더 큰 것으로 교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폭우로 인한 아파트 침수 피해는 지난해에도 문제가 된 바 있다.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를 비롯해 ‘반포 자이’, ‘서초 그랑자이’, ‘서초 래미안 에스티지’ 등 고급 신축 아파트들의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해에는 시간당 100mm 이상의 이례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배수시설이 버티지 못한 원인이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배수 문제 등으로 지하주차장에 물이 고이는 현상과 내부 누수는 구분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지하주차장의 물이 고이는 현상은 배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본다. 일반적인 평균 강수량을 기준으로 시공사가 시공하기 때문에 이례적인 폭우는 견디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시공사 잘못을 따지기 어려울 수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지하주차장에 침수가 발생할 정도로 설계랑 다르게 지어지지 않는 이상 건설사에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층 누수가 배수시설 문제가 아니라 계단실 등을 타고 물이 떨어지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관이나 배수관이 터진 문제가 아니고 지하주차장 내에 벽이나 천장이 갈라져 물이 샌다고 하면 외부에서 물이 침투한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물막이 공사 등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누수는 배수관 문제와는 이야기가 다르다. 천장에서 물이 새거나 내부에서 물이 고이는 등의 문제는 신축아파트의 경우 시공사에 하자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자 담보책임 기간은 통상 급배수는 2년, 실내건축이나 토공은 1~2년, 지붕이나 방수는 3년이다. 외벽의 문제인 경우 5~10년까지도 가능하다.
특히 아파트 로비나 통로에 물이 발목까지 차는 등의 현상은 내부 누수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지상층에 문제가 생긴 이번 사례의 경우 처음 설계할 때부터 배수 문제를 신경 썼어야한다”며 “아파트를 설계할 때 일반적으로 지난 50년간 가장 많았던 강수량을 기준으로 배수를 설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가 생긴 아파트의 경우 이 기준에 따라 허용할 수 있는 범위의 강수량이었는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두 번이나 같은 침수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면 배수 설계가 잘못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건설사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김예림 변호사는 “대부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고 나서 보수는 하청업체에 맡기는데, 하청업체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건설사가 책임감을 갖고 하자보수를 하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브랜드 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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