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3000% 생보사를 1兆에?… 하나금융지주, KDB생명 인수 참전

송기영 기자 2023. 7.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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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가 2000억에 재무건전성 개선까지 1조
성장률 저하·회계 기준 강화 등 몸값 떨어져
후보군 모두 빠졌는데 하나금융 나홀로 참여
‘M&A 오버페이 없다’는 원칙 훼손 지적도
/하나금융지주 제공

하나금융지주가 유력한 KDB생명 인수 후보로 급부상하자 금융권에서는 무리한 인수·합병(M&A)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DB생명 인수와 경영 정상화까지 최소 1조원가량의 자금이 소요될 전망인데, 회사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KDB생명이 앞선 네 차례 매각에 모두 실패한 이유도 부실한 재무건전성 때문이었다. 또한 성숙기에 접어든 생명보험업 특성상 성장성이 낮고 올해 회계기준이 강화되면서 생보사 몸값도 떨어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번 M&A가 리딩뱅크 도약을 꿈꾸는 하나금융지주의 무리수라는 분석도 적지 않게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의 경과(유예) 조치 적용 전 평균 신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47.7%다. 이는 -0.6%를 기록한 푸본현대생명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금융 당국은 킥스 비율을 150%로 권고하고 있다.

킥스 비율은 자본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가용자본(자산·지급여력 금액)을 요구자본(부채·지급여력 기준금액)으로 나눠서 구한다.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사가 보험금을 계약자에게 지급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금융 당국은 올해 1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도입하면서 적응기간이 필요한 보험사에 새 회계 기준 적용을 유예하는 경과조치를 제공했다. 보험사들은 최대 5년간 킥스 적용을 유예할 수 있다.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KDB생명의 킥스 비율은 101.7%로, 금융 당국 권고에 미치지 못한다. 경과조치를 적용받지 못했다면 KDB생명은 영업정지 등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IB업계에선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할 경우 초기 매각가를 포함해 7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KDB생명 적정 매각가는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은 인수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KDB생명의 자본력을 확충해 주길 원하고 있다. 과거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인수할 당시에도 인수대금 2000억원에 추가로 3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하면 킥스 비율을 맞추기 위해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결국 매각가와 유상증자 비용까지 포함하면 인수 초기 최소 7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 용산 KDB생명 본사 전경./KDB생명 제공

KDB생명의 자본 구성도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KDB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금액에서 후순위사채와 신종자본증권 인정금액의 비중은 32.1%였다. 지급여력금액, 즉 고객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기 위해 쌓아둔 돈의 32.1%가 갚아야 할 채무라는 의미다.

현재 KDB생명은 후순위채 5290억원과 신종자본증권 2160억원 등 총 7450억원의 보완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이 ‘보완’자본으로 분류되는 것은 까다로운 자본 인정 요건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계약서에 ‘배당요건’이 명시돼야 자본으로 인정된다. 쉽게 말해 투자자에게 매년 일정한 이자를 배당 형태로 지급해야 자본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이자(배당)부담률도 후순위채에 비해 높다. 지난해 보험업권의 자본성증권 이자(배당)부담률은 9.4%로 10%에 육박했다.

후순위채는 금리 5% 수준으로 신종자본증권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지만, 잔존 만기 5년 미만에 접어들면 매년 20%씩 자본인정액이 차감된다. 보험업계에서는 KDB생명이 보완자본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절반만 줄여도 3700억원이 필요하다. KDB생명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최소 1조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1분기 말 기준 KDB생명의 부채비율은 3007%에 달한다.

영업력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책정해도 1조원은 과도한 오버페이(적정 기업가치를 초과한 지불)라는 지적이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서도 KDB생명 전속설계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864명으로 업계 하위권에 머문다. 2019년(1608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보험설계사 조직을 분사해 법인보험대리점(GA)을 설립한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을 포함하면 생명보험사 10곳이 1000명 이상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KDB생명 보험설계사 1년 정착률은 24.4%로, 생명보험업계 평균(39%)보다 현저히 낮다.

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2013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당시 경남은행이 1조2000억원, 총자산 기준 증권업계 1위였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이 1조500억원에 팔렸다. 10년이라는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KDB생명에 1조원을 쓰는 것은 과해 보인다”며 “하나금융지주는 ‘오버페이는 하지 않는다’는 M&A 원칙을 지켜왔는데, 이번 KDB생명 인수로 원칙이 훼손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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