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들어갈 땐 같아도, 나올땐 다를걸’…PEF 투자 '동상이몽'
PEF 운용사 동시기 투자 러시 눈길
거액베팅·추가 투자 등 스타일 다양
엑시트 따른 수익률도 관전포인트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자본시장의 투자 전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금이 두둑하고 확신만 있다면 단독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이 제격이지만, 시장이란 게 녹록지 않다 보니 다양한 방법을 짜낸다. 두세 곳의 운용사가 컨소시엄으로 의기투합해 기업을 인수하기도 하고, 경영권 대신 성장 시점에 지분만 인수해서 회사 규모가 커졌을 때 갖고 있던 지분을 팔기도 한다.
투자 회사가 중장기적으로 괜찮아 보여 지분을 좀 더 들고 갈 요량이라면, IPO(기업공개)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보호예수기간 등의 옵션이 붙기도 하고 예상 시점에 상장을 못 할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뛰어넘을 포텐셜(잠재력)만 있다면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이 밖에 여러 운용사가 자금을 모아 하나의 한 투자처에 베팅하는 ‘클럽딜’도 있다.
최근에는 한 투자처에 여러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동시에 들어가는 형태가 눈에 띈다. ‘리스크 헷지’ 성격이 짙은 클럽딜과 달리 기업이 주도하는 펀딩 이벤트에 각자 넣고 싶은 금액을 넣는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투자는 같은 시기에 했지만, 엑시트 시점이 각자 달라 수익률은 다를 것이란 점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8000억원 규모 펀딩에 나선 에코프로그룹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상장사인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지난달 30일 44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가 2000억원을 비롯해 IMM인베스트먼트 550억원, 프리미어파트너스 450억원, SKS프라이빗에쿼티(PE) 300억원 규모로 투자를 결정했다.
같은 기간 리튬 소재 가공사인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역시 361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에코프로비엠에 투자한 프리미어파트너스가 1000억원, IMM인베스트먼트가 900억원을 투입하며 총 투자금의 절반을 담당한 가운데 Khepris Holdings L.P는 733억원, 이음PE가 257억원, NH투자증권과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이 234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자본시장 설명을 종합하면 에코프로 계열사의 펀딩 소식이 업계에 퍼지자 PEF 운용사별로 투자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사별 투자 규모에 차이가 있지만, 앵커(주도) 운용사도 따로 없고 운용사별 투자 조건이 다르지도 않았다고 한다.
동일 조건을 걸어놓고 운용사들의 자유로운 투자를 받은 결과 8000억원 가까운 금액을 모은 셈이다. 추가 투자자의 참여까지 확정된다면 이 금액을 넘어 1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투자를 보면 운용사별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스카이레이크와 프리미어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는 이번 투자 라운드에 주요 투자자로 꼽힌다. 운용사별로 1400억~2000억원 투자를 집행하면서 2차 전지 성장세가 앞으로 이어질 것임을 확신하는 모습이다.
특히 프리미어파트너스는 70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상황에서 과감한 베팅이라는 평가다. 전체 펀드의 20%를 넘는 금액을 에코프로그룹에 투자해서다. IMM인베스트먼트의 경우도 에코프로그룹을 비롯한 2차 전지주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2차 전지가) 업사이드 투자라고 판단하고 저마다 들어가는 것이다”며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상승세가 어느정도 더 갈 것이라는 전망을 운용사 다수가 한 셈이다”고 말했다.
이들 운용사의 투자가 흥미로운 이유는 투자 시점은 같을지언정, 엑시트 시점까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란 점 때문이다. 운용사별로 세워놓은 목표 수익률도 다를 것이고, 투자의 모태가 된 펀드의 청산 시기도 저마다 다르다. 하나의 회사를 두고 ‘어디까지 갈 것인가’를 보는 시각이 운용사마다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엑시트 시점은 운용사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상장사인 에코프로비엠과 달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장차 IPO를 노리는 기대주라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어느 운용사가 최고 수익률을 찍었을지 확인하는 것이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한 운용사 관계자는 “각 운용사가 생각하는 게 목표가 다를 수 있다”며 “대박을 낸다기보다는 관심을 두는 섹터에 합리적으로 투자하고, 준수한 수익률을 올리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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