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우범지대 없앤 학교 복합시설"…한계도 엿보여[르포]
외부인 통제 없이도 '감시' 사각지대 없앤 설계
안전 위해 'AI 관제' 추진…법적 근거 정비 필요
[시흥=뉴시스]김정현 기자 = 지난 11일 오후 경기 시흥시 배곧누리초 입구 밖에서는 학교 본관동 안쪽에서 하교하기 위해 나오는 학생들이 보였다.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가 적용돼 다른 초등학교보다 담장이 낮게 조성됐기 때문이다. 하교하는 자녀를 보고 데리러 들어가는 학부모도 보였다.
학교 부지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학교 복합시설 '배곧너나들이' 건물도 출입증 인식기나 안면 인식장치 등 별다른 출입 통제 장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설 1층 입구에서는 근린 시설인 카페와 복합시설 운영사무실, 휴식 공간이 한 눈에 들어왔다. 모든 벽면에는 창문이 끊김 없이 배치돼 1층 공간 어디에 서 있든 밖에서 뛰노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2층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 앞에는 구름다리가 있어 바로 학교 본관동과 연결돼 있었다. 다리 쪽에서는 학교 식당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청소하는 모습이, 다리 아래에는 하교하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기업이나 호텔, 고급 주상복합 건물에서 볼 수 있는 동선 분리나 폐쇄적인 보안 설계와는 정반대로 건물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게 조성된 듯 했다.
이런 형태에 대해 학교 건물을 설계한 김지한 디엔비건축사사무소 부사장은 '자연적 감시'라 설명했다. 현행 국토교통부 관련 고시에도 명시된 내용이다.
범죄는 감시가 없는 공간에서 벌어지는데, 담을 낮추고 창문을 트고 주차장도 기둥만으로 떠받친 '필로티 구조'로 조성하는 등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가급적 모든 공간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생길 수 있는 사각지대에는 폐쇄회로(CC)TV를 보강해 설치하는 방식으로 감시를 강화했다.
윤갑천 교육부 교육시설과 사무관은 취재진에게 "이 학교에만 CCTV가 38대 있는데, 일반적인 학교에는 평균 23~24대 정도가 설치된다"고 전했다.
학교 복합시설은 남는 학교 공간을 활용해 주민 문화, 복지 시설을 조성하는 개념이다. 때문에 센터 측에서도 학교 본관이나 학생들이 머무는 공간에 불특정 외부인이 출입하는 일이 없도록 고민하고 있다.
학교와 연결된 2층 구름다리 양쪽 끝에는 출입문이 설치돼 있었는데, 학교 건물 쪽에는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잠금장치(도어락)가 있었다. 시설 쪽 입구에는 보안업체 인식장치 말고는 장치가 없었다.
김보람 배곧너나들이센터장은 학교 교사들만 비밀번호를 알고 있고, 학생들을 인솔해 본관동으로 이동할 때 직접 키를 눌러서 문을 개방한다고 밝혔다.
센터 측은 만일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 수업 시간에는 외부인을 위한 활동을 운영하지 않는다.
시설 4층에서는 시흥시에서 운영하는 돌봄교실 2개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당일에는 배곧누리초 학생 10여명만 수업을 듣는 중이었다.
3층으로 내려가니 강의실에서 학생 20여명이 방과 후 학교 한자 수업을 듣고 있었고, 같은 층에 위치한 GX실과 건강관리실, 육아카페는 비어 있었다.
다만, 우발적으로 외부인이 학교에 침입하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 우려할 지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범지대와 사각지대를 줄이고 시간, 공간을 분리하는 설계를 했지만 외부인 통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센터 측은 현재 교사나 센터 관리자들이 상주하며 외부인 출입을 감독한 덕에 지난 2019년 10월 문을 연 이래 안전사고는 없었다고 말한다.
교육부는 오는 2027년까지 학교 복합시설을 매년 40곳씩 총 200곳 추가 확충할 계획이지만, 안전 문제는 여전히 학교 현장의 걱정거리로 꼽힌다.
한국셉티드(CPTED)학회장을 지낸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학교 복합화 시설은 외부인의 동선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안전 측면에서 중요한 사항"이라며 "이용객에게 위치를 인식할 수 있는 장치가 내장된 팔찌, 출입증을 주고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5월 건물 곳곳에 음성·안면인식 등 센서를 설치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원격통합관제 시스템' 설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학교 복합시설에 우선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이를 두고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나 감시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고, 센터 관리를 맡게 될 교사나 학교 보안관이 민감한 정보를 다룰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합관제 시스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감시 범위에 넣을지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법적 근거도 보완하겠지만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들어 보고 범위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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