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실험실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 원인 알고 보니 ‘황당’

산학협력 실험실 빌려 은밀히 마약 제조
마약 제조 시간 단축 연구하다 조작 실수로 폭발 사고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대만의 한 사립대학 실험실에서 발생한 폭발사고가 알고 보니 마약을 제조하던 일당이 조작 실수로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 대만 시민들이 경악하고 있다.

12일 자유시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대만 내정부 형사경찰국은 북부 타이베이의 다퉁대학 산학협력 실험실을 빌려 마약을 제조하다 화재를 일으킨 일당을 체포했다. 형사국은 지난해 2월 대만 내 바이오테크 회사 대표인 장 모(48)씨가 신약 개발을 이유로 임대한 다퉁대학 산학협력 실험실에서 마약을 제조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장씨는 마약 제조를 위해 중국에서 4000여만 대만달러(약 16억5000만 원) 상당의 마약 원료 및 장비도 수입했다고 형사국은 밝혔다.

이어 지난해 3월 14일 오후 2시쯤 마약 일당의 조작 실수로 실험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실험실이 전소했다. 형사국은 화재 현장 감식을 통해 마약류인 케타민이 제조된 증거를 채집하고, 일당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비밀리에 수사를 벌여왔다.

형사국은 국가안보 관련 범죄 등을 수사하는 법무부 산하 조사국 등과 함께 북부 타이베이의 바이오테크 공장과 남부 가오슝의 마약제조 공장 및 북부 신베이시 시즈 지역의 마약 원료 창고 등 3곳을 급습했다. 이를 통해 일당 12명을 체포하고, 케타민 완성품과 반제품 외에 시가 기준 4억5000만 대만달러(약 186억 원)에 달하는 케타민 300kg을 만들 수 있는 원료 15t도 압수했다.

장씨는 2011년 바이오테크 회사를 설립했으나 경영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마약 생산을 결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다퉁대학 산학협력 실험실을 매달 4만 대만달러에 임대한 후, 점차 공간을 넓혀 실험실이 있는 건물 1층과 2층을 매달 12만~16만 대만달러에 임대해 마약 제조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고 형사국은 전했다.

대학 측은 이 회사가 요구하는 실험실만 제공했을 뿐, 장비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계약서에 "위법 또는 불법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회사 측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퉁대는 타이베이 중산구에 위치한 사립 종합대학으로 공학·경영학·디자인 등에 특화돼 있다.

임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