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초보 이승엽을 의심했나…감독 첫 해 9연승이라니, 야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
[OSEN=이후광 기자] 지도자 경험이 없는 두산 이승엽 감독이 부임 첫해 일을 냈다. 작년 9위팀을 3위까지 끌어올린 것도 모자라 파죽의 9연승을 달리며 감독계의 대부인 ‘야신’ 김성근 전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두산이 또 이겼다. 두산은 지난 1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시즌 8차전에서 4-1 역전승을 거두며 김태형 감독 시절이었던 2018년 6월 15일 대전 한화전 이후 무려 1853일 만에 9연승에 성공했다. 공동 4위 NC, 롯데에 3경기 앞선 안정적인 3위(42승 1무 36패)이며, 2위 SSG와의 승차도 4경기까지 좁혔다. 두산의 거침없는 상승세에 2023 KBO리그 2강 체제에도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다.
지난해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두산은 팀을 쇄신할 적임자로 ‘국민타자’ 이승엽을 택했다. 선임 당시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었다. 통산 홈런 1위(467개)를 비롯해 현역 시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커리어를 보낸 이승엽이지만 2017년 은퇴 후 현장 지도자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해설위원, KBO 홍보대사, 야구장학재단 이사장 등을 맡아 꾸준히 야구 발전에 기여했으나 이는 감독, 코치 등 지도자와는 별개의 영역이었다.
처음 프로 지도자가 된 이 감독은 시즌 개막과 함께 부상자 속출이라는 가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새 식구 딜런 파일이 머리에 이어 팔꿈치를 다쳐 세 달 가까이 외국인투수 1명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했고, 김인태, 김대한, 김강률의 부상, 새 외국인타자 호세 로하스와 김재환의 부진 등이 맞물려 한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했다. 스프링캠프서 하드트레이닝을 받은 신예들의 성장으로 4월과 5월 5할 승률 버티기에 성공했지만 6월 10승 14패에 그치며 부임 후 첫 위기가 닥쳤다.
이 감독은 7월 초 울산-포항 6연전을 반등의 계기로 삼았다. 환경이 열악한 제2구장 원정이 연이어 펼쳐졌지만 울산 롯데 3연전 위닝시리즈를 시작으로 포항 삼성, 잠실 키움 3연전을 연달아 쓸어 담았고, 지난해 4승 1무 11패에 이어 올해도 1승 6패로 고전하던 SSG를 만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5년 만에 9연승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9연승 기간 가장 눈에 띄는 건 마운드다. 딜런 파일의 대체자인 브랜든 와델의 합류로 선발진이 마침내 안정을 찾았고, 불펜진은 잠시 지쳤던 정철원의 페이스 회복과 더불어 김명신의 필승조 전환이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두산은 이 기간 리그서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1.76)을 기록했다.
타선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가공할 만한 화력을 뽐냈다. 9연승 기간 타율 4할8푼1리의 양의지를 필두로 장승현(3할6푼8리), 정수빈(3할6푼1리), 김재호(3할5푼), 로하스(3할3푼3리), 강승호(3할1푼6리) 등이 팀 타율 2위(2할9푼9리)를 이끌었다. 또한 지난 7일 첫 등록된 ‘박세혁 보상선수’ 박준영이 4경기 타율 4할1푼7리 1홈런 5타점 활약으로 단숨에 복덩이 타이틀을 얻었다.
이 감독은 12일 SSG전 승리로 역대 베어스 감독 데뷔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에 도달했다. 김영덕(OB, 1982년 5월 22일 시민 삼성전~6월 12일 대전 MBC전), 김성근(OB, 1984년 4월 17일 대전 삼미전~4월 28일 구덕 롯데전) 등 기라성 같은 지도자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이었다.
당시 김영덕 감독은 한일은행, 장충고, 북일고 감독을 거쳐 OB 지휘봉을 잡았고, 김성근 감독 또한 기업은행, 충암고, 신일고 감독, OB 투수코치로 지도자 경험을 쌓은 뒤 프로 구단 감독이 됐다. 두산에서 첫 지도자가 된 이 감독의 9연승이 더 빛나는 이유다.
이 감독은 “공수 밸런스가 맞아 들어가고 있다. 6월까지는 팀도, 보시는 분들도 답답한 경기가 지속됐지만 코치들이 포기하지 않았고, 선수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오늘 안 되면 내일, 내일 안 되면 모레’라는 마인드로 준비했던 결과가 지금 나오는 것 같다”라며 “기록은 내가 아닌 '팀 두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팬들이 만든 것이다. 선수단 전체가 합심했기에 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다”라고 대기록의 공을 코치와 선수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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