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낮은데... 공사비 인상까지, 리모델링 사업 삐걱삐걱
리모델링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일반 정비사업에 비해 사업성이 높지 않은데 공사비까지 급등하면서 추진 동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거나 사업을 접는 조합이 속속 생겨나면서 기껏 시공권을 확보한 시공사도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서울 주요 입지 사업장에 대한 수주 경쟁은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매화1단지는 용적률이 164%인데 현 정부에서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준 후 재건축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면서 "특히 최근 공사비 인상 이슈가 발생하면서 굳이 지금 리모델링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그동안 시공사로부터 돈을 빌려 쓴 것도 있고 조합 청산을 해야 하는데 조합장이 갑자기 사퇴하면서 청산 절차를 밟을 주체가 사라졌다"면서 "청산까지는 1여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담당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장의 공석으로 사업 주체가 사라진 것은 맞지만 이주를 앞두고 있는 단지"라면서 "철회 의사를 조합으로부터 들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일부 조합원이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것으로 사업 철회 여부는 지켜봐야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3월 송파구 송파동 거여1단지는 초기 분담금 부담과 조합의 투명하지 않은 사업비 사용 등으로 인해 임시 총회를 열고 결국 리모델링 사업 철회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조합설립 총회를 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했지만 조합 설립 3개월만에 사업을 철회했다.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도 공사비 증액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조합장을 교체했다. 이 단지는 국내 최초 수직 증축공법 1호로 주목받았던 곳이다. 하지만 일반분양 성적이 저조한데다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조합원의 반발이 거세지는 등 내홍을 겪었다. 결국 이전 조합장이 사임하고 새로운 조합장을 선임했지만 공사비 갈등의 소지는 남아있다.
최근 시공사 측은 3.3㎡당 550만원대 공사비가 평당 700만원대 후반에서 800만원대 초반까지 오를 수 있다는 언급을 조합에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합원들이 상당히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 측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공사비가 증액될 수 있다고 조합에 얘기했다"면서도 "금액은 미정"이라고 했다. 이어 "공사비 증액 때문에 조합장이 교체된 것은 아니고 내부 사유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모델링은 일반분양 물량을 많이 늘릴 수 없어 일반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비해 사업성이 낮다. 반면 골조를 남겨놓고 짓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과 인력이 투입된다. 게다가 원자잿값 상승에 따라 전체적으로 공사비가 오르면서 사업 부담은 더 커졌다.
리모델링 사업이 순탄하지 않으면서 리모델링의 수주권을 확보한 시공사의 고민도 크다. 가장 많은 수주를 따낸 포스코이앤씨는 9조원이 넘는 수주를 따냈지만 실제 공사를 시작해 매출로 잡히기까지 상당부분 시간이 소요되고 그전까지 불투명성도 높기 때문이다.
포스코이앤씨는 201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총 37개 단지, 9조1600억원 규모의 리모델링 관련 시공권을 확보했다. 시장침체로 인해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주춤한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총 5개 단지, 1조4013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하지만 37곳 중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는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둔촌 현대1차'와 송파구 송파동 '성지' 겨우 두 곳뿐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느티마을 3·4단지는 이주를 진행 중이고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가 이주를 완료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어 착공단지는 5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나머지 단지는 공사비 협상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공사비는 이주 전 본계약시 논의하는데 조합과 시공사 간에 조정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으면 이 과정에서 시공 계약 해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일부 조합은 해당 시공사로부터 공사비 증액을 요구받자 시공사 교체를 검토하는 곳도 있다. 공사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면 더 선호하는 아파트 브랜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리모델링 시장이 어려웠지만 수주 물량 확보를 위한 건설사 간의 경쟁은 치열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경쟁을 피했지만 지금은 좋은 입지라면 경쟁하더라도 일단 들어간다"면서 "리모델링 시장이 향후 커질 수밖에 없고 서울 알짜 입지는 일단 확보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시공사 선정부터 실제 착공까지 상당 부분 시일이 걸려 당장 실적에 도움이 안 될 수는 있다"면서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라도 대형 건설사가 대부분 뛰어들고 있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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