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 앞두고 돌연 "취소됐어요"…의료대란 현실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가 13일 전면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암 환자 수술이 취소되고, 병실에 입원한 환자가 퇴원 조처되는 등 '의료 대란'이 현실화했다. 불과 두 달 전 의사 단체를 중심으로 총파업이 시도된 데 이어 이번에는 간호사 중심의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서 '국민 생명을 볼모로 삼는' 의료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게 일고 있다.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가 이번 파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의료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전야제를 시작으로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 국립대·사립대병원 등 145개 의료기관과 업체가 참여하는 산별 총파업 대회를 진행한다.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 의료 인력을 제외하고도 역대 최대 규모인 4만5000명~5만명이 이번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 진행된 총파업 찬반투표는 6만4257명의 조합원 중 투표율 83.07%, 찬성률 91.63%이라는 압도적인 결과로 통과됐다. 노조는 파업 이틀째인 14일 서울·부산·광주·세종시에서 각각 총파업대회를 진행하고, 이후에도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지 무기한 총파업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 선언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약사 등 60여개의 직종이 소속된 단체다. 특히, 전체 조합원의 60%가량이 간호사인 만큼 참여 의료기관은 정상적인 외래 진료, 입원 등의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부 병원은 간호사 등 인력 부족을 이유로 수술을 취소하거나 입원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전원(轉院)을 진행하고 있다.
양산 부산대병원은 노조 파업을 앞두고 전체 입원 환자 퇴원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인력 부족에 따른 의료 사고를 예방하려는 고육지책의 일환이라고 병원 측은 밝혔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예약 지연 등 정상적인 진료가 어렵다는 공지를 내걸었다.
다만 국립암센터의 경우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 오전부터 오후 2시까지 노조 측과 장시간 대화한 끝에 내일부터 진행할 파업에 참여할 인원을 최소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에 따라 내일 정상 진료까지는 아니지만, 수술은 단 몇 건이라도, 외래진료 건수도 최대한 끌어올리려 한다"고 밝혔다. 서 원장에 따르면 국립암센터는 내일과 모레, 양일간 수술 건수가 '0'으로 모든 수술이 취소된 상태였다.
서 원장은 "환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내일과 모레 예정됐던 분 중 올 수 있다고 하면 최대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정상 수준에 가깝게 복구하려 한다"며 "파업은 언제든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 협상 수단이 파업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
총파업을 앞두고 환자는 물론 의료계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앞서 간호법 제정에 찬반 의견이 갈린 보건의료노조와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는 이번 파업에도 극명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의료연대는 총파업 하루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으로 인해 보건 의료 종사자들이 대거 이탈한다면 환자의 생명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와 충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합리적으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초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등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의사 인력 확충 등 7대 요구사항을 두고 정부, 병영 경영진(사용자)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나순자 노조위원장은 "7대 요구사항은 비정상적인 의료현장을 바꾸고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12일 경희대병원·고대구로병원·한양대병원 등 파업에 참여하는 18개 병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의료 현장의 개선을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간호등급제 등 여러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책 이행 시점을 이유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파업은 정당하지 못하다"며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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