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만 외쳐온 김영호에게 통일정책을 맡길 수 있을까

이제훈 2023. 7. 1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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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7년 1월2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한국자유회의' 창립대회가 열렸다.

"자유지성인"이라 자임한 이들은 촛불집회를 두고 "다수의 폭정, 헌정의 위기"와 "한국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체제붕괴'로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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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현장에서]
지난 6월30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7년 1월2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한국자유회의’ 창립대회가 열렸다. “자유지성인”이라 자임한 이들은 촛불집회를 두고 “다수의 폭정, 헌정의 위기”와 “한국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체제붕괴’로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곤 “북한 정권의 ‘통일전선전략’을 추종하는 전체주의적 전복세력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보수 대 진보라는 허구적 개념에 반대하며 전체주의와의 싸움을 선언한다”라는 제목의 ‘창립선언문’을 읽었다. 지금은 통일부 장관 후보자인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창립선언문 해제’를 발표했다. 김영호 후보는 한국자유회의의 창립 발기인이자 ‘실행 간사’를 맡았다. 김 후보는 한국자유회의가 이승만의 “건국·민주혁명”과 박정희의 “산업혁명”을 토대로 “통일혁명”을 과제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김 후보한테 북한은 “자유민주주의 이념과는 절대로 융합될 수 없는 전체주의”이자 “여하한 유화정책도 통용될 수 없는 상대”다. 하여 “남북관계는 적대관계”이며 “통일은 ‘민족통일’ 문제가 아니라 ‘체제문제’”라는 것이다. ‘통일혁명’을 위한 한국자유회의의 이념·전략·전술을 밝힌 <한국 자유민주의와 그 적들>을 노 전 총리 등과 함께 쓴 김 후보한테 북한은 대화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북한이라는 “어두운 땅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된 자유민주체제”를 위해 “남한과 북한의 ‘전체주의파’ 모두와 맞서 싸워나갈 것”이라 공개 다짐한 이가 지금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후보다. 북과 “대화 있는 대결”을 선언한 박정희보다 냉전적인, ‘북진통일’을 외친 이승만을 연상케 하는 극단적 남북 대결주의다.

김 후보는 ‘한국자유회의 선언문 해제’에서 “‘보수 대 진보’라는 구도는 근거없는 허구적 도식”이라며, 한국의 사상 및 정치세력 지형은 “자유민주주의 세력 대 전체주의 세력”의 대결 구도라고 단언했다. 누가 ‘전체주의 세력’인가? 김 후보를 포함한 한국자유회의의 자칭 ‘자유지성인’들한테 한국의 ‘진보’는 “대한민국의 근대화의 성취를 부인하고 북한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시대착오적인 반동”이다. 2016~2017년 촛불집회를 주도한 이들은 “반(反)대한민국 세력”이다.

요컨대 김 후보한테 북한은 물론 한국사회의 ‘진보’도 대화와 공존의 동반자가 아닌 절멸시켜야 할 ‘전체주의’의 화신인 셈이다. 다름의 공존을 허용·권장하는 대한민국 헌정체제에 반하는 위험한 인식 체계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 철회나 김 후보의 자진 사퇴가 필요한 까닭이다.

그런데 한국자유회의는 윤석열 정부의 ‘인재 풀’이다. 한국자유회의 창립대회장엔 김 후보말고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이념의 전장으로 만들고 있는 김광동 위원장과 차기환 비상임위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강제성을 부인한 <반일종족주의>를 쓴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 등이 함께했다.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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