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5% 동결 유력… 한미 금리차 2%p·가계빚 누증은 고민

박슬기 기자 2023. 7. 13.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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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2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늘(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융권에선 한은 금통위가 3.50%인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물가가 한은의 예상 경로대로 가고 있는 데다 경기 둔화 우려와 수출경기 부진 등을 감안하면 물가보다 경기에 방점을 찍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2.00%포인트 높아진데 따른 환율 불안과 통화긴축 기조에도 가계빚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은 한은으로선 부담이다. 이에 한은은 연내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고 동결 기조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이날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 여부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물가와 금융 안정을 감안해 동결 결정을 내릴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93%는 7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2%)에 근접하면서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 6월 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21개월 만에 2%대로 낮아졌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2.7%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2%대를 나타낸 것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로 21개월 만이다. 물가상승률은 올 1월 5.2%에서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등으로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11월 4.3%에서 올 4월(4.0%), 5월(3.9%) 6월(3.5%)로 둔화됐다.


경상수지 적자에 비은행권 건전성 문제도 감안할 듯


경기 둔화 우려와 금융안정의 리스크를 감안해도 금리 동결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34억4000만달러 적자로 지난해 1~5월(188억1000만달러)과 비교하면 222억5000만달러나 급감했다.

새마을금고 사태를 계기로 비은행권의 자산 건전성 리스크 문제가 불거진 것도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다.

새마을금고 사태가 자칫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커질 가능성은 낮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이 굳이 금리 인상을 강행해 금융불안을 키우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가운데 상환유예된 대출은 올 9월 말 지원이 종료된다. 10월부터는 빚을 정상적으로 갚아야 하는 만큼 대출 연체율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은 올 하반기 최대 신용리스크로 지목된다.
다만 한미 금리차 확대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는 한은의 동결 결정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한국(3.50%)과 미국(연 5.00∼5.25%)의 기준금리 역전 차가 1.75%포인트에 달하는 상황에서 금리 차가 2.00%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한은으로선 부담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오는 25~26일(현지 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실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4시30분 기준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이달 베이비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92.4%로 봤다. 이어 내년 1월까지 동결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수록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리 동결에도 계속 늘어나는 가계 빚


여기에 통화긴축 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계속 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6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1년9개월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발표한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다.

한국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 여파로 감소세를 지속했던 가계대출이 올 4월부터 늘기 시작해 올 6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을 보면 올 4월 2조3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에는 5조9000억원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6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새 7조원 늘었다. 올 4월(2조8000억원), 5월(4조2000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해 증가폭이 대폭 확대된 것으로,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 등 물가 상승 압력 커지는데


하반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이 고려해야할 요소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를 열고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을 10월부터 150원, 시내버스 기본요금을 8월부터 300원 올린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지난 2015년 6월 이후 8년 1개월 만이다.

이에 더해 올 여름철 폭염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폭염으로 인해 농작물이 말라 죽고 가축 사육도 어려움을 겪으면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오르고 이는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물가가 둔화하고 있지만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은 금통위는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매파적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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