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동해로 ICBM 도발... 미국 향한 말폭탄 이어 본토 타격 위협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두 번째 시험발사 가능성
7·27 전승절 앞두고 군사정찰위성 실패 덮기 위한 행보
북한이 12일 동해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다.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으로 추정된다. 4월 첫 시험발사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극도의 공포를 안길 것"이라며 만족했던 무기다.
북한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했다면서 최근 연일 미군 정찰기를 격추하겠다고 위협했다. 실제로는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성능을 갖춘 미사일을 발사해 무력시위 강도를 높였다. △갈수록 강해지는 한미 양국의 대북억제를 흔들고 △5월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만회하고 △긴장고조를 통해 내부결속을 꾀하는 한편 △ICBM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10시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1발 발사했다"며 "약 1,000km를 날아갔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은 "ICBM급"이라고 평가하며 “최고고도 약 6,000km로 74분간 비행해 오전 11시 13분쯤 일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방 약 250km 해역에 떨어졌다”고 했다. 비행거리에 비해 최고고도가 지나치게 높다. 사거리를 줄인 고각발사로 쐈다는 의미다. 정상각도로 발사할 경우 1만5,000km 이상 날아갈 것으로 추정된다. 미 본토 전역을 노릴 수 있는 성능이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이번 미사일을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3월 16일 발사한 화성-17형 ICBM과 비행거리는 같지만 비행시간이 5분 정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화성-18형 또는 화성-17형 ICBM의 개량형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의 ICBM 도발 배경으로 정찰위성 발사 실패가 거론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5월 31일 위성발사에 실패한 이후 별다른 이슈를 만들지 못했다”면서 “특히 국방 발전 5개년 사업의 일환이자 미국에 대한 전략적 역량을 과시할 정찰위성이 틀어지면서 김정은이 전승절(7월 27일)을 앞두고 제시할 업적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양국을 향한 경고성 도발 성격도 짙다. 핵무기를 쏠 수 있는 미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투입을 앞둔 데다 18일에는 북한의 핵공격 상황을 가정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가 예정돼 있다. 북한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반도의 군사적 주도권이 북한에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라며 “ICBM 발사로 미 SSBN을 견제하고 최종적으로는 압박대상이 미 본토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협박해온 미 정찰기 격추 가능성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가 함께 담겼다"고 덧붙였다.
반면 북한의 ICBM 발사는 현 정세와 별 상관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기술적 완성도에 맞춰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김여정의 담화에 이은 실제 도발로 연결시키는 건 오히려 제대로 된 대응을 어렵게 할 뿐”이라고 해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직후 현지에서 화상으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확고한 대응"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은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대응과 제재에 직면할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18일 NCG를 통해 북한에 맞선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는 유선협의를 통해 “한반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 북한이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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