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열 입학처장협의회장 "수능 자격고사화해도 다수 대학은 변별 가능"

홍인택 2023. 7. 13. 04: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능 극한 경쟁...적성 아닌 '유불리' 싸움으로
최상위 대학 뺀 다수 대학은 자격고사로 충분
"상반기에 기초 수능, 심화 선택과목은 하반기에"
김삼열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이 12일 자신이 입학처장을 맡고 있는 동의대에서 대학들이 바라는 대입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의대 제공

올해로 도입 30년을 맞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그야말로 전환기다. 대통령이 직접 교육과정 밖 킬러 문항을 지적하면서 출제 관행에 대한 논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대입 제도 개편을 원하는 대학의 열망도 어느 때보다 크다. 4년제 대학 총장의 약 51.8%가 수능의 자격고사화 전환에 동의해 현행 수능을 유지하자는 응답(24.1%)을 압도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런 시기에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인 김삼열 동의대 입학처장에게 대학이 바라는 대입 제도 개편 방향을 물었다. 김 회장은 1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능을 자격고사화해도 다수의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데 문제없을 것"이라며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기 전인 '상반기'에 '고교 공통과목'을 중심으로 '자격고사' 형태로 수능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대학이 입시제도에 기대하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 중 하나는 '전공 공부를 할 능력과 관심을 갖추었는가'다. 하지만 현재 수능은 이런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수시 입학생이 정시(수능 중심 전형) 입학생에 비해 대학 생활에 적응을 더 잘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성급한 일반화는 아니다. 가톨릭대 등 서울 5개 대학 연구진이 2018~2022학년도의 5개 대학 신입생 학점과 제적률 등을 분석한 결과 모든 학교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출신 학생들의 학점이 4.5점 만점에 3.62~3.76점으로 가장 높았고, 정시 출신 학생은 3.24~3.47점으로 4개 학교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 자퇴나 미등록 등으로 제적된 비율은 정시 출신이 가장 높았다. 학생의 적성과 진로 계획을 확인할 수 있는 수시와 달리 정시는 누가 수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는가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김 회장은 "수험생이 수능 선택과목을 고를 때 본인의 적성과 흥미보다 입시에서 표준점수 유불리를 따진다"며 "그러니 수능 과목 선택과 대학 전공 선택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공대에 진학하면서 수능에서는 사회탐구 과목들을 선택해서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수능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해 자격시험처럼 만들면 고득점을 위한 경쟁 압력은 약해진다. 1등급 내에서도 상위 1%를 가리기 위한 킬러 문항이 출제될 필요성이 옅어지고, 적성이나 흥미와 상관없는 과목을 고를 이유도 적어진다. 최상위권 대학을 빼면 학생 '변별'에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현재 영어나 한국사처럼 (절대평가로) 수능을 치르더라도 대부분의 대학은 모집에 큰 지장이 없을 거다. 특정 과목에 가중치를 두는 식으로 동점자는 가려낼 수 있다"고 했다. "중하위권 대학들의 입장에서 학생이 킬러 문항을 풀 수 있는지는 대학 수업을 들을 능력이 있는지와 관련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 회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수능을 각각 기초 학력과 심화 학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상·하반기에 나눠 치르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봄이나 여름에 기초적 학력을 가졌는지 고교 공통과목을 대상으로 일찍 시험을 보고, 그 점수를 가지고 학생 모집에 지장이 없는 대학들은 9, 10월에 학생을 모집하자"며 "공통 과목만 가지고 변별력이 부족한 학교는 현재 수능 선택과목처럼 심화된 과목으로 시험(2차 수능)을 거쳐 입시를 하게 하자"고 했다.

김 회장은 "수시보다 동일하거나 빠른 시점에 정시 모집을 한다면 지방대학은 정시 비중을 더 늘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서울 16개 대학에 정시 선발 비율 40%를 지키라고 압박하지 않아도 비수도권 대학들이 정시 선발 비중을 늘리게 되면서 균형을 찾을 거라는 설명이다.

앞서 4년제 대학 총장 86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부 출입기자단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15.66%가 '논·서술형 수능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회장은 "이상적인 대입 방법이나 우리 사회가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채점에 대한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문제 출제는 교육부 주관으로 전국 단위로 하되 평가는 대학별로 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