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열 입학처장협의회장 "수능 자격고사화해도 다수 대학은 변별 가능"
최상위 대학 뺀 다수 대학은 자격고사로 충분
"상반기에 기초 수능, 심화 선택과목은 하반기에"
올해로 도입 30년을 맞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그야말로 전환기다. 대통령이 직접 교육과정 밖 킬러 문항을 지적하면서 출제 관행에 대한 논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대입 제도 개편을 원하는 대학의 열망도 어느 때보다 크다. 4년제 대학 총장의 약 51.8%가 수능의 자격고사화 전환에 동의해 현행 수능을 유지하자는 응답(24.1%)을 압도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런 시기에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인 김삼열 동의대 입학처장에게 대학이 바라는 대입 제도 개편 방향을 물었다. 김 회장은 1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능을 자격고사화해도 다수의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데 문제없을 것"이라며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기 전인 '상반기'에 '고교 공통과목'을 중심으로 '자격고사' 형태로 수능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대학이 입시제도에 기대하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 중 하나는 '전공 공부를 할 능력과 관심을 갖추었는가'다. 하지만 현재 수능은 이런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수시 입학생이 정시(수능 중심 전형) 입학생에 비해 대학 생활에 적응을 더 잘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성급한 일반화는 아니다. 가톨릭대 등 서울 5개 대학 연구진이 2018~2022학년도의 5개 대학 신입생 학점과 제적률 등을 분석한 결과 모든 학교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출신 학생들의 학점이 4.5점 만점에 3.62~3.76점으로 가장 높았고, 정시 출신 학생은 3.24~3.47점으로 4개 학교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 자퇴나 미등록 등으로 제적된 비율은 정시 출신이 가장 높았다. 학생의 적성과 진로 계획을 확인할 수 있는 수시와 달리 정시는 누가 수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는가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김 회장은 "수험생이 수능 선택과목을 고를 때 본인의 적성과 흥미보다 입시에서 표준점수 유불리를 따진다"며 "그러니 수능 과목 선택과 대학 전공 선택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공대에 진학하면서 수능에서는 사회탐구 과목들을 선택해서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수능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해 자격시험처럼 만들면 고득점을 위한 경쟁 압력은 약해진다. 1등급 내에서도 상위 1%를 가리기 위한 킬러 문항이 출제될 필요성이 옅어지고, 적성이나 흥미와 상관없는 과목을 고를 이유도 적어진다. 최상위권 대학을 빼면 학생 '변별'에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현재 영어나 한국사처럼 (절대평가로) 수능을 치르더라도 대부분의 대학은 모집에 큰 지장이 없을 거다. 특정 과목에 가중치를 두는 식으로 동점자는 가려낼 수 있다"고 했다. "중하위권 대학들의 입장에서 학생이 킬러 문항을 풀 수 있는지는 대학 수업을 들을 능력이 있는지와 관련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 회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수능을 각각 기초 학력과 심화 학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상·하반기에 나눠 치르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봄이나 여름에 기초적 학력을 가졌는지 고교 공통과목을 대상으로 일찍 시험을 보고, 그 점수를 가지고 학생 모집에 지장이 없는 대학들은 9, 10월에 학생을 모집하자"며 "공통 과목만 가지고 변별력이 부족한 학교는 현재 수능 선택과목처럼 심화된 과목으로 시험(2차 수능)을 거쳐 입시를 하게 하자"고 했다.
김 회장은 "수시보다 동일하거나 빠른 시점에 정시 모집을 한다면 지방대학은 정시 비중을 더 늘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서울 16개 대학에 정시 선발 비율 40%를 지키라고 압박하지 않아도 비수도권 대학들이 정시 선발 비중을 늘리게 되면서 균형을 찾을 거라는 설명이다.
앞서 4년제 대학 총장 86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부 출입기자단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15.66%가 '논·서술형 수능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회장은 "이상적인 대입 방법이나 우리 사회가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채점에 대한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문제 출제는 교육부 주관으로 전국 단위로 하되 평가는 대학별로 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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