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시선] 대만 문법 혼동

조영빈 2023. 7. 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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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한테서 "말참견 말라"는 거친 항의를 들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다시 봐도 엉성하다.

미국 국빈방문 직전인 4월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경계한다는 의미다.

한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지지할 리 없으니, 표면적으로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 자체엔 큰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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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한중 수교' 배치된 대만 발언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하나의 중국' 혼동
대만 위기 커지는데 맥락조차 파악 못 해
윤석열 대통령(앞줄 왼쪽)이 5월 20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친교만찬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중국한테서 "말참견 말라"는 거친 항의를 들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다시 봐도 엉성하다. 미국 국빈방문 직전인 4월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대만 문제는 남북한 문제처럼 글로벌 이슈"라고도 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경계한다는 의미다. 한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지지할 리 없으니, 표면적으로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 자체엔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양안 관계를 남북한에 비유하면 맥락이 달라진다. 남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별개 국가로 인식된 지 오래다. 따라서 대만 이슈도 남북한 문제와 다르지 않다는 말은 '대만은 독립국'이라고 본다는 뜻이 된다. 1992년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한 한중 수교협정 성명과 정면 충돌한다는 얘기다.

물론 대만은 중국과 독립된 정치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수교를 맺은 모든 국가가대만을 독립국으로 공식 인정하진 못하는 외교적 현실도 존재한다. '대만 침공 반대'와 '독립국 인정 여부'는 다른 층위의 문제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대만 문제를 다루는 문법과, 한중 양자관계 속 대만 문법을 완전히 혼동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난 그는 "대한민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사실과 다르다. 한국 정부는 한중 수교 성명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 입장을 존중한다"고 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외교 언어에서 '지지'와 '존중'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낳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하나의 중국' 원칙 실현을 강조하며 "대만 통일을 위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이런 태도를 지지한다는 게 이 대표의 본심은 아니었을 것이다.

대만을 둘러싼 긴장은 갈수록 고조되는데, 한국에선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무슨 뜻인지 알고나 있는 건지 의심할 법한 발언을 경쟁적으로 내놓는다. '동맹'을 앞세우든 '균형'을 외치든, 좀 더 세심해야 한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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