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정상회의 최대 승자는 에르도안

김나영 기자 2023. 7. 13.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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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에르도안 ‘두둑한 수확’
“도와준 거 잊지마” - 11일(현지 시각)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오른쪽) 튀르키예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에르도안은 스웨덴 나토 가입이라는 최대 현안에 협조하는 대가로 바이든에게서 F-16 전투기 구매 승인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UPI 연합뉴스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폐막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오랫동안 ‘유럽의 이단아’ 취급을 받던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대의 승자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가디언 등은 에르도안이 스웨덴 나토 가입이라는 최대 현안에 협조하는 대가로 자국에 두둑한 이익을 챙겨갔다고 보도했다.

우선 튀르키예의 숙원 유럽연합(EU) 가입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10일 에르도안은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3자 회동에서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 길을 열어주는 대가로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돕는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EU와 튀르키예 사이에 비자·관세 문제를 개선한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됐다.

튀르키예는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23년 근대 공화국 수립 이래 줄곧 유럽 편입 정책을 펼쳐왔다. 1987년 EU의 전신인 EC(유럽공동체)에 정회원 가입 신청을 하고, 2005년부터 EU와 가입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EU의 비판, EU 회원국인 그리스와의 해묵은 갈등 등으로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보수적 이슬람주의 색채가 짙은 에르도안 집권기 이후에는 EU와의 관계가 더욱 삐걱거렸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통해 교착 상태였던 양측의 협상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현지 시각)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튀르키예 대통령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뉴시스

에르도안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서 200억달러 규모 F-16 전투기 구매 승인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F-16을 터키로 보내는 것을 분명히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고, 밥 메넨데스 미 상원 외교위원장도 “전투기 튀르키예 판매에 대한 보류 조치의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9년 튀르키예가 러시아제 S-400 지대공미사일을 도입하자 미국은 이를 문제 삼아 튀르키예에 F-16 인도 및 성능 개량 사업을 보류했다. 하지만 보류 해제가 임박하면서 에르도안은 러시아산 미사일과 미국산 전투기를 모두 거머쥐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에르도안은 핀란드와 스웨덴에 머물고 있는 반체제 인사 100여 명의 송환 약속까지 받아냈다.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과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 등으로 정체성을 의심받던 튀르키예가 스웨덴 나토 가입의 명줄을 틀어쥔 ‘키 플레이어’가 되면서 두둑한 이득을 챙겨간 양상이다. 에르도안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를 오가며 중립적 자세를 취하던 관행을 벗어나 미국 쪽에 붙으며 실리를 극대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르도안은 나토 정상회의 직전 이스탄불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고 공개발언했고, 억류돼 있던 우크라이나 장병들을 고향으로 보내 러시아의 반발을 샀다. 뉴욕타임스는 “서방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그너그룹 반란으로 약화된 블라디미르 푸틴의 위상, 튀르키예 국내 경제 위기 등의 요인이 태도를 바꾸도록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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