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동팡 '눈물' 삼성D·LGD '웃음'…자기 발목 잡은 中 디스플레이

오진영 기자 2023. 7. 13.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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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등에 업고 글로벌 디스플레이를 좌지우지하던 징동팡(BOE)이 암초를 만났다.

업계 관계자는 "징동팡은 삼성전자 TV의 자사 LCD 의존도가 높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소송전에 끌어들였으나, 오히려 대형 고객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라며 "아이폰15 생산 지연 문제가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징동팡의 물량을 흡수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실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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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중국을 등에 업고 글로벌 디스플레이를 좌지우지하던 징동팡(BOE)이 암초를 만났다. 애플의 계약 중단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패널 구매 축소를 추진하면서 대형 고객사를 연달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제패하려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징동팡의 OLED 패널 구입을 축소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중이다. 또 TV용 LCD 패널도 징동팡 대신 다른 제조사의 제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징동팡은 미국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 침해 혐의를 받고 있지만, 되레 자국 법원에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를 고소했다. 자사의 LCD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적반하장 고소'로 대형 고객사를 잃을 위기에 놓인 셈이다. 징동팡은 연초에도 성능 문제로 애플에 납품하던 OLED 패널 물량을 빼앗겼다. 징동팡이 생산한 홀 디스플레이(구멍이 있는 패널)에서 OLED 빛이 새어나오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 15 4종 전체를 홀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생산할 계획이다. 추정 생산량만 8500만~9000만대에 달한다.

삼성전자도 대형 고객사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연간 생산하는 스마트폰은 3억대가 넘고, 매년 4000만대 이상의 TV를 판매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OLED 패널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 타격이 크다.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운 저가 공세로 LCD 세계 1위를 달성했던 징동팡은 최근 TV 수요 부진과 내수 침체로 부침을 겪고 있다. 올 1분기 징동팡의 매출은 380억 위안(한화 약 6조 8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77% 줄었으며, 영업익은 2억 4700만 위안(약 444억원)으로 같은 기간 94.4%나 감소했다. 중국 화타이증권은 "가동률과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다"며 징동팡에 위험 경고를 보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는 반사이익이 올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1분기 영업이익 7800억원으로 선방했지만, LG디스플레이는 1조 984억원의 손실을 내며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IT 수요 부진과 강도 높은 재고조정,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면서 제품 출하량과 매출이 모두 감소했다. 하지만 징동팡이 맡던 애플·삼성 등 대형 고객사 물량을 흡수하게 되면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폰 15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 15의 4종 모두, LG디스플레이는 상위 라인업(프로·프로맥스)에 패널을 납품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물량은 충분히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수치다. 윤대정 유비리서치 연구원은 "연말까지 아이폰 15 시리즈용 OLED 물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최대 1억 2000만대, LG디스플레이가 3500만대 분량"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경기 침체의 타격이 컸던 징동팡이 악수를 뒀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징동팡은 삼성전자 TV의 자사 LCD 의존도가 높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소송전에 끌어들였으나, 오히려 대형 고객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라며 "아이폰15 생산 지연 문제가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징동팡의 물량을 흡수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실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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