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부장도 미국 진출 검토
“보조금 혜택에 큰 시장 열려”
미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내걸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빨아들이면서,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잇따라 현지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미진한 상황에서 강력한 보조금 혜택과 함께 현지에 큰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아무리 규모가 작은 투자라도 반도체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며 쟁쟁한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들까지 유혹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웨스트 2023′에서 만난 국내 밸브 전문 기업 디케이락의 김현수 대표는 “지난 5월 미국에 합작 법인을 세웠고, 현지 제조에 나설 예정”이라며 “새 반도체 공장 건설이 빠르게 늘고 있어 올해 미국에서만 매출이 50%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제조 장비에 화학약품·가스 등을 운송하는 배관을 제어하는 밸브를 만든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한국은 최근 ‘메모리 불황’으로 신규 투자가 정체돼 판매가 감소했지만, 해외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 반도체지원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반도체 장비기업 IMT도 미국 시장을 노리고 박람회에 참가했다. 이 회사는 레이저와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반도체 ‘건식 세정(洗淨)’ 분야 장비 업체다. 첨단 5나노 이하 미세 공정에 쓰이는 장비 사업에 뛰어든 몇 안 되는 국내 중견기업이다. IMT 최종립 사장은 “국내 소재 장비 부분 지원은 해외와 비교했을 때 미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시설투자, R&D(연구개발) 세제 혜택에 집중돼 있는 한국의 반도체 지원책보다 미국의 직접적인 보조금이 더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첨단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입장에선 당장 현금이 있어야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다”며 “인력 채용과 선투자를 위해선 보조금이 절실하다”고 했다.
유럽, 일본, 대만 등 전 세계에서 온 600여 반도체 소재·장비기업이 박람회에 참가한 가운데 한국 기업은 55곳이 부스를 차렸다.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 관계자는 “예년에 참석한 한국 기업 숫자의 2배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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