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도 대안이 최종안 아냐… 국토부 논의과정 투명하게 공개를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양서면→강상면) 논란의 핵심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까지 마친 사업의 종점을 변경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냐는 것이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 혜택을 주려 했다고 주장하고, 정부·여당은 “괴담식 정치”라 반박하며 양측 입장이 엇갈린다.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이 사업의 출발 과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Q1. 양평 고속도로는 왜 시작됐나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인근 6번 국도의 교통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2008년 2월 한신공영이 하남·양평을 잇는 민자 도로 사업을 경기도에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유료 도로를 통해 수익성을 꾀했던 한신공영 노선의 종점은 양서면에 가까웠다. 2009년 12월 경기도는 한신공영의 재무상태를 문제 삼아 사업을 반려했다.
Q2.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노선은 왜 양서면을 종점으로 했나
2009년 민자 사업 무산 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17년 1월 국토교통부의 ‘제1차 고속도로 건설 계획 중점추진사업’에 포함되며 국책 사업이 됐다. 이때 종점은 양서면이었다. 2009년 경기도가 반려했던 민자 노선을 선행 연구 삼아 그대로 반영시킨 것이었다. 이 때문에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2019년 3월 예타 대상 사업에 선정되고, 2021년 4월 예타를 통과할 때까지 모두 종점은 양서면이었다.
Q3. 강상면 종점은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나왔나
예타는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반영된 계획(양서면 종점)을 기준으로 기획재정부가 국가 재정 측면에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경우 예타는 1억원 남짓 예산으로 경제성을 중심으로 개략적인 검토가 진행됐다. 예타 통과 이후 국토부는 24억원을 들여 정밀하게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만 2000년 이후 24건의 고속도로 사업 노선 중 14건의 시·종점이 변경됐다.
강상면 종점안은 현 정부에서 처음 나온 게 아니다. 2018년 2월 양평군도 ‘2030 양평군 기본계획’에서 강상면 종점안을 거론했고, 같은 해 대우건설이 민자 사업을 추진하며 강상면 종점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예타 통과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 1월 타당성 조사 용역을 추진하며 ‘최적의 대안 노선 검토’를 지시했다. 2022년 3월 윤 정부 인수위 출범 직전 선정된 민간 용역 업체가 검토 끝에 2022년 5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취임 직후 ‘경제성, 환경성, 주민 수용성 등이 더 낫다’며 강상면 종점 대안을 제시했다. 2022년 7월 양평군도 강상면 종점안과 유사한 노선을 3개의 후보 노선 중 하나로 국토부에 건의했다.
Q4. 특혜가 있었나
민주당은 작년 3월 윤 대통령이 당선되고 작년 5월 원희룡 장관 취임, 작년 6월 국민의힘 소속 양평군수 취임 이후 작년 7월 양평군이 국토부에 강상면 종점 대안을 처음 제시했다는 점을 들어 윤 정부의 외압 의혹을 제기한다. 작년 5월 국토부에 대안 노선을 제시한 민간 용역 업체의 조사 착수 시점이 작년 3월 윤 대통령 인수위 출범 이후라는 점도 문제 삼는다.
국토부는 “2022년 3월 타당성 조사 착수 이후 2023년 2월까지 양평군 등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최적 노선을 도출했다”고 반박한다. 민간 용역 업체도 “기술적 측면에서만 대안 노선의 타당성을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2021년 5월 당정 협의를 통해 강하IC 설치를 요구했는데, 원안은 강하면을 지나지 않기 때문에 주민 편의를 위해 강하IC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노선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Q5. 강상면 종점이 최종 결정됐나
지금은 다양한 대안 검토를 통해 최적의 노선을 찾아가는 타당성 평가 단계로 노선이 확정 변경된 상황이 아니다. 지난 5~6일 송파구·하남시·양평군·파주시 등을 상대로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설명회 및 의견 수렴 절차가 예정됐지만 민주당 의혹 제기로 중단됐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된다면, 앞으로 주민 의견 수렴, 환경부 협의 등을 포함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마치고 종합평가를 통해 국토부가 최종 노선을 선정하게 된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 과정에서도 특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과정에서 원 장관과 국토부 관계자 등이 회의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또 지역 주민과 전문가 등 공개적이고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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