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땔감 된 ‘엉터리 거북선’, 이런 지자체 세금 낭비 대체 얼마인가
경남도가 12년 전 국비와 자체 예산 16억원을 들여 거제시에 설치한 거북선이 결국 철거됐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는데 국내산 금강송이 아닌 외국산 목재를 80% 넘게 사용한 데다 바다에 띄웠더니 물이 새고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불량품이었다. 결국 이 ‘엉터리 거북선’의 목재 부분은 화력발전소에 땔감으로 보내고 철근은 고물상에 팔기로 했다.
서울시가 1109억원을 들여 만든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는 개통 1년 만에 철거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임 박원순 시장이 도시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지만 실제 통행량이 예측치의 5~17%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북 군위군이 1223억원을 들인 ‘삼국유사 테마파크’, 부산 기장군이 524억원을 쓴 ‘정관 아쿠아 드림파크’, 전북 남원시가 425억원을 투입한 모노레일, 강원도 원주시가 54억원을 들인 폐철로 관광열차, 평창군이 90여 억원을 쓴 ‘동강 민물고기 생태관’ 등 이용객이 적어 애물단지로 변한 시설들이 전국 곳곳에 수두룩하다. 사업성은 도외시한 지자체장의 선거용 사업에 국민 세금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평균 45%에 불과하다. 재정 수입의 절반 이상을 지역민 세금 아닌 국민 세금에 기대는 처지인데도 지자체장들은 선거를 위해 보여주기식 행정에 집착하고 있다. 선거 때 자랑할 실적을 만들기 위해 재정 사정이나 중장기적 사업 전망은 고려하지도 않고 화제가 될 만한 사업을 경쟁적으로 밀어붙인다. 바다가 없는 충북도가 발상의 전환을 하겠다며 230억원을 들여 ‘내륙판 자갈치시장’을 열었다가 파리만 날리는 사례까지 나올 지경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투자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시스템이 없다. 지자체장이 밀어붙이면 공무원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전문가나 지역 주민들이 지자체장들의 불합리한 사업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 사업의 선정 과정과 소요 비용 등을 투명하게 알리는 정보 공개 시스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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