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까지 250㎜… 장마 최대 고비
13일 올여름 장마의 ‘최대 고비’가 시작된다. 일본 부근에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한반도 서쪽에 티베트 고기압이 각각 확장하면서 두 거대 기단의 정면충돌로 강력한 비구름대가 형성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13~14일 이틀간 수도권에 최대 25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12일 예보했다. 전국에 최대 200㎜ 이상의 비가 예보됐고 짧은 시간에 퍼붓는 집중호우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침수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기상청은 중국 산둥반도 부근에서 형성된 장마전선이 북상하며 13일 새벽 충남·호남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전 중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예보했다. 13~14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50~250㎜, 강원·충청권 50~200㎜, 호남·영남권 50~150㎜, 제주도 5~40㎜ 등이다. 올해 형성된 장마전선 중 가장 강하고, 가장 오래 비를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오전 비는 ‘예고편’이다. 오후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한랭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충돌하면 진짜 장마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비가 ‘게릴라성 폭우’였다면 이번 비는 많은 양의 비가 계속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비가 내리는 중간에 거센 집중호우도 함께 쏟아지겠다.
거대 기단 사이에 짓눌린 장마전선은 남북으로 폭은 좁고, 동서로 길이는 긴 ‘끈 형태’를 보이겠다. 전선 바로 아래 지역에는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크다. 거대 기단 중 한쪽이 밀리지 않고 맞붙어 있으면 장마전선이 움직이지 않고 특정 지역에 ‘극한 호우’를 쏟아낼 수 있겠다. 작년 8월 8일 서울에 내린 141.5㎜의 폭우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장마전선과 유사한 정체전선이 발달해 서울 동작~강남권 일대 상공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으면서 각종 침수 피해를 일으켰다.
기상청은 올여름부터 큰 비 피해가 예상되는 극한 호우가 내리면 직접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발송 기준은 ‘1시간 50㎜ 이상’ ‘3시간 90㎜ 이상’의 비가 내릴 때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 보낸다. 이 시스템은 작년 서울에 시간당 141.5㎜의 관측 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것을 계기로 도입됐다. 토네이도 발생 20분 전 재난문자를 보내 대피 시간을 확보하는 미국 국립기상청(NWS)의 재난문자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1일 서울 동작구·구로구에 시간당 72㎜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재난문자가 처음으로 송출됐다. 최근 10년간 재난문자 요건에 맞는 호우 건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는 연평균 8% 이상씩 ‘극한 호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48건, 2014년 42건이었는데 2020년 117건, 2021년 76건, 2022년 108건으로 증가했다.
강한 돌풍도 예고됐다. 강한 비가 내리는 지역에는 간판이 날아갈 정도인 순간 풍속 초속 15~20m의 강한 바람이 불겠다. 지난달 25일부터 내린 많은 양의 장맛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라 적은 양의 비로도 토사가 붕괴할 수 있어 산사태 피해도 유의해야 한다.
장마전선은 오는 18일까지 우리나라 근처에서 남북으로 오르내리길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17일까지는 전국, 18일은 중부지방, 19일은 남부지방, 20일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다.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에선 무더위가 나타나겠다. 장마전선으로부터 먼 제주도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선 열대야(熱帶夜·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나타나겠다.
앞서 일본은 장마전선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규슈 북부 지역에서는 역대 최대 폭우가 쏟아지며 최소 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또 9일에서 10일까지는 후쿠오카현 구루메시에 400㎜가 넘는 비가 내려 관측 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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