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역대 최장 비행 고체 ICBM 도발… 나토 “유엔 결의 위반 규탄”
북한이 12일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발사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북한의 불법행위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하라”며 군사·외교적 조치를 지시했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회원국과 파트너국은 한목소리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한다”고 했다.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나토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국(AP4) 정상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 북한을 강력 규탄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대변인 규탄 성명을 냈다.
합참 등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쯤 평양에서 동해상으로 ICBM을 정상 각도(30~45도)가 아닌 고각(70~85도)으로 발사했다. 미사일은 고도 6000㎞까지 치솟아 총 74분에 걸쳐 약 1000㎞를 비행해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약 250㎞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미사일은 동쪽으로 날다 중간에 북쪽으로 비행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74분은 작년 3월 24일 발사된 북한 ICBM의 종전 역대 최장 비행 시간인 71분을 넘어선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15일 한미 연합·합동화력격멸훈련에 반발하며 쏜 이후 27일 만이다. ICBM 발사 기준으로는 지난 4월 13일 고체연료 ICBM인 화성 18형 발사 이후 90일 만이다. 이번 ICBM이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1만5000㎞ 이상 비행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사거리다.
군은 이번 ICBM이 화성 17형 개량형 또는 화성 18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분석 중이다. 지난 4월 13일 1단은 정상 각도로 비행하고 2·3단은 고각으로 분리 비행한 화성 18형과 비행 궤적 등이 닮았다는 것이다. 4월 화성 18형은 고도 3000㎞였는데, 이번에 6000㎞까지 올라간 것이 화성 18형이라면 북한의 고체연료 ICBM 기술이 단기간에 급격히 향상됐음을 의미한다. 지난 5월 말 우주발사체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고체연료 ICBM 발사 성공으로 지난 수모를 만회하려 했다는 것이다. 고체 연료 탄도미사일은 액체 연료처럼 장시간 주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번 발사는 사전 포착이 거의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번 ICBM 발사는 최근 동해상에서 이뤄진 미군 정찰기 활동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북한 김여정과 국방성은 지난 10일부터 이틀 연속 총 3차례에 걸쳐 담화를 내고 미 정찰기가 자신들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며 무력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참은 국제법상 EEZ 상공은 자유롭게 비행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엄효식 전 합참 실장은 “북한이 ‘전승절’이라 주장하며 기념하는 7·27 정전협정일을 앞두고 고강도 도발 명분을 쌓기 위해 한미의 정상적인 방위 활동을 트집잡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 도발 직후 리투아니아 빌뉴스 현지에서 화상으로 NSC 상임위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4국(AP4) 정상회동을 갖고 “북 ICBM 발사는 대서양과 태평양의 안보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우리 AP4는 나토와 연대해 강력한 집단 안보 태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 총리는 “북 도발에 4국이 연계·대응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AP4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하여 한반도는 물론 인·태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도전을 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했다. 애덤 호지 미 NSC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안보팀이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과 긴밀히 조율하며 상황을 평가하고 있고 미국은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이날 하와이에서 열린 3국 합참의장회의에서 북 도발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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