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48도, 日 열사병 주의보… 美 버몬트선 하루 230㎜ 폭우

김지원 기자 2023. 7. 1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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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날씨로 피해 속출
11일(현지 시각)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미국 버몬트주 몽펠리에에서 수의사 댄 켈리(오른쪽)씨와 그의 아내가 카누를 이용해 홍수 피해를 입은 병원에서 수술 물품을 옮기고 있다./AP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구 온난화 여파로 유럽 일부 지역은 수은주가 48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북미·아시아 일부 지역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져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런 가운데 적도 근처의 동(東)태평양 바닷물이 평소보다 따뜻해지는 엘니뇨가 4년 만에 찾아오면서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기상이변이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NCEP)에 따르면, 지난 6일 전 세계 평균 기온은 17.23도로 1979년 관측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센터의 기후 재분석기(Climate Reanalyzer)는 사람 평균 키보다 조금 높은 지구 지표면 2m 높이의 평균 기온을 매일 업데이트한다. 지난 3일 17.01도로 관측 이래 처음으로 17도를 넘어섰고, 4일(17.18도)에 이어 6일에도 최고 기온을 고쳐 썼다. 종전까지 역대 최고 기록은 2016년 8월의 16.92도였다.

그래픽=김성규

11일 전 세계 평균 기온은 17.08도로 작년 같은 날(16.67도)에 비해 0.41도, 10년 전인 2013년(16.32도)과 비교하면 0.76도나 올랐다. 유엔의 기상 전문 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7월 첫 주가 역대 같은 기간 가운데 지구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는 잠정 관측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이탈리아·스페인 등 지중해 인근 남유럽 국가들은 숨쉬기조차 힘든 살인적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와 사르데냐 섬은 이번 주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7~48도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기저질환 악화 등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여름(5월 30일~9월 4일) 35개 유럽 국가에서 폭염에 따른 사망자가 6만1672명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40년까지 폭염발(發) 사망자는 9만4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알프스 몽블랑 아래 샤모니 34.5도 - 지구촌 곳곳이 극단적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프랑스 샤모니 거리에서 기온(34.5도)이 표시된 약국 표지판 뒤로 눈 덮인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이 보이는 사진. 샤모니는 1924년 동계 올림픽이 열린 겨울 스포츠 명소지만 최근 이상 고온이 잦아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시아·북미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과 함께 폭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도쿄는 10일 낮 기온이 37도까지 올라 열사병 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같은 날 규슈 지방에는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최소 6명이 숨졌다. 11일 미국 동부 버몬트주(州)에서는 하루 새 200㎜ 안팎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버몬트주 일부 지역에는 많게는 230㎜의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허리케인 아이린이 미국 북동부 일대에 상륙한 지난 2011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도로 곳곳이 허리까지 잠겼고 집과 차량이 침수되면서 100명 이상의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필 스콧 버몬트 주지사는 “이번 홍수는 역대급 재앙”이라고 했다. 뉴욕주에서는 이날 한 30대 여성이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졌다.

폭염과 폭우가 지구촌 곳곳을 덮친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햇볕에 따라 증발하는 수증기량이 늘어난다. 비구름의 ‘씨앗’ 역할을 하는 고온다습한 수증기는 비의 ‘강도’와 ‘빈도’를 모두 높인다. 비를 만들어낼 재료가 많아진 셈이기 때문에, 비구름이 형성될 때 덩치가 더 커져 절대적 강수량이 늘어나게 된다.

물에 잠긴 버몬트주 도심 - 10일 기록적인 폭우로 물에 잠긴 미국 동부 버몬트주 도시 배러 시가지. 주민이 카누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4년 만에 엘니뇨마저 찾아와 덥고 습한 지구촌의 기상이변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감시구역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 일대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은 라니냐라고 한다. WMO는 3년간의 라니냐가 끝나고 올 들어 엘니뇨가 찾아왔다고 지난 4일 공식 선언했다. 엘니뇨 자체가 기상이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보통 엘니뇨가 발생하면 서태평양 온도는 떨어지기 마련인데, 올해는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까지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큰 바다인 태평양이 뜨거워지면서, 내년 여름까지 폭염과 폭우가 연달아 기승을 부리는 기상이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적 손실도 천문학적 규모로 불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미 다트머스대 연구팀은 오는 2029년까지 기후 변화로 인해 최소 3조달러(약 3872조원) 수준의 경제 손실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CNN은 “엘니뇨가 촉발하는 자연재해로 인해 농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일부 식품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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