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전사의 종아리에 울퉁불퉁 솟은 혈관은 ‘큰두렁정맥’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23. 7.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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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 의학] [69] 다비드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프랑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가 1785년에 그린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칼을 하사하는 아버지 종아리에 굵은 정맥을 도드라지게 그려 넣었다. 이는 큰두렁정맥〈그래픽〉으로 발 안쪽에서 시작해 허벅지 상단으로 흐른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소장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는 신고전주의 프랑스 화가다. 신고전주의는 로코코, 바로크 등 고전에 대한 새로운 관심에서 출발한 풍조로,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에 걸쳐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유행한 예술 양식이다. 고고학적 정확성을 중시하되, 합리주의 미학에 무게를 뒀다.

다비드는 나폴레옹 1세 정치 체제에 협력했고, 나폴레옹이 황제가 된 후 궁정 화가가 됐다. <나폴레옹 대관식> 이 그의 작품이다. 다비드는 고전을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남겼는데, 대표적인 것이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다. 호라티우스 가문의 삼형제와 아버지가 공화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맹세하며 경배하는 장면이다. 이는 고대 로마 건국사에 나오는 일화로, 이웃 도시국가 알바와의 전쟁에 로마 대표로 나간 호라티우스 삼형제의 이야기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이 집안의 사돈이었다. 그림 우측의 여인들은 며느리들로, 누가 이기든 자기 가족을 잃는 상황이 되기에 슬픔에 빠져 있다.

신고전주의는 등장 인물을 세밀히 묘사했는데, 삼형제와 아버지의 종아리가 튼실하다. 특히 아버지 다리에 굵은 정맥을 도드라지게 그려 넣었다. 이재호 계명의대 해부학 교수는 “이는 발의 안쪽에서 시작하여 무릎 뒤쪽, 허벅지 안쪽으로 흐르는 큰두렁정맥”이라며 “튼실한 종아리와 울퉁불퉁한 큰두렁정맥이 강인함과 승리를 향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맥에는 심장으로 올라가는 피가 아래로 역류하지 말라고 중간중간에 판막이 있는데, 이 판막 기능이 사라지면 피가 역류 정체하면서 하지정맥류가 생긴다. 박상우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큰두렁정맥에 만성 판막 부전이 오면 종아리 부위 정맥이 뱀 모양으로 불룩 튀어나오는 거대한 하지정맥류가 생긴다”며 “평소에 다리 정맥의 피가 정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다리 근육을 꿈틀거리거나, 장기간 서 있을 때는 자주 까치발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도드라짐이 적당해야 힘이지, 심하면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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