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꼬신내
여름엔 입맛이 뚝. 그러다 굶어 죽으면 제삿밥인가. 천국에선 무얼 먹을까 궁금해서 여름성경학교 교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 대답은 원숭이가 좋아하는 바나나. 당시엔 비싼 과일. 아니면 진화론 앞에서 흔들린 신자의 속사정이었을까.
한 초보 신자가 “천국이 있습니까?”, 목사님 왈 “천국이 좋으니까 아직까지 다시 세상으로 되돌아온 사람이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천국이 분명 있는 거지요.” 순 억지. 웃자고 한 얘기겠지.
어디서 꼬신내가 풀풀 난다. 아, 고소한 단내. 가끔 가는 국밥집 앞 방앗간에서 인절미를 찧나 봐. 누구네집 잔치잔치 열렸나. 냄새에 자극받아 떡 한 줄 사와서 잘 먹었다.
엊그젠 전통주 평론가 일도 하는 탁재형 여행전문 피디가 남도 우리술 품평회 심사하러 왔다가 보고 싶다며 들렀다. 들고 온 술은 올해 대상을 받았다는 죽향도가의 41도짜리 술. “형님. 이런 독한 술은요, 먼저 코로 마시는 겁니다. 꼬신내를 한번 깊숙이 코로 들이켜고 음미를 한 뒤에 입에 가져가야 해요.” 빙빙빙 기분좋게 취해서 전영록의 전통(?) 아이돌급 노래들과 하성관의 ‘빙빙빙’을 꺼내 틀었어. “그냥 빙빙빙 말없이 돌아가는 동그란 팽이…. 돌고 돌아가는 세상 우리 모두 함께 모여 팽이 놀이 해볼까….”
우리는 고작 팽이 놀이 하면서 떡이나 술에 꼬신내를 맡고 산다만, 돈 냄새, 돈 되는 땅 냄새, 꼬랑내를 맡고 다니는 자들 얘기로 ‘돌고 돌아가는 세상’이 떠들썩하다. 이들은 핵 냄새, 화약 냄새도 겸하여 좋아하나 봐.
수조에 머리를 박고 괴이한 물방 먹방을 찍기도 해. 판을 엎어버리고, 방귀 뀐 놈이 오히려 성질을 내며 고래고래 고함을 쳐댄다. 그러니 오히려 냄새가 더 나는 거 같아. 꼬신내만 맡고 살고픈데 꼬랑내가 진동해. 다시 코를 막고 살아야 하다니.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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