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한일 교류전, 다시 보고 싶다

박강현 기자 2023. 7.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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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3월 25일 일본 요코하마시 닛산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대한민국 이강인(왼쪽)이 일본 요시다 마야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츠 한일전을 앞둘 때마다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일본한텐 가위바위보를 해도 절대로 지면 안 된다.” 운에 기반을 둔 가위바위보에서마저 이겨야 된다니.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표현엔 중요한 전제가 하나 깔려 있었다. 그만큼 일본과 어떤 종목에서 맞붙어도 뒤지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등한 실력, 그리고 한일전에서 발휘되는 특유의 투지까지 더해지면 실제로 무서울 게 없었다.

이제 그런 자신감은 온데간데없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4대 구기(球技) 종목(야구·배구·농구·축구)’에서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야구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통과도 못 했지만, 일본은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맛봤다. 일본과의 전력 차는 논하기 민망한 정도였다. 당시 ‘일본 야구엔 혼(魂)이 있고, 한국 야구는 혼이 났다’란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배구는 어떤가. 16국이 참여해 세계 배구 최강자를 가리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최근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작년에 이어 2회 연속 12전 전패(全敗)로 대회를 마쳤다. 남자 배구는 실력이 안 돼 참가조차 못 했다. 반면 일본 남녀 대표팀은 모두 8강전을 준비하고 있다.

NBA(미 프로농구)를 예로 들 때, 우린 아직도 20년 전의 하승진을 언급한다. 일본은 NBA에서 뛰는 현역 선수가 2명이나 있고 꾸준히 NBA 문을 두드리는 유망주들이 나온다. 그나마 비등한 게 축구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나란히 16강에 진출했다.

그동안 한국 스포츠는 박찬호, 김연경, 손흥민 등 소수의 수퍼 히어로 덕분에 세계 무대에서 일본과 대등하다는 착각과 환상 속에서 살아왔다. 국내 리그 체질 개선이나 해외 리그와의 교류 등을 늘리기 위한 치열한 고민 없이 버텨왔다. 그렇게 ‘우물 안 개구리’가 됐다. 천재들이 노쇠하자 보이는 건 바닥이다.

WBC와 VNL에서 참패한 뒤 국내 야구 및 배구 리그를 총괄하는 KBO(한국야구위원회)와 KOVO(한국배구연맹)는 부랴부랴 한동안 중단됐던 한일 교류전 재개 등을 포함한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단순히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에 그치지 않으려면 진지하게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 배움과 경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쓸데없는 자존심 앞세우지 말고, 먼저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한일 스포츠 교류전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승부욕이 더해지면 치열한 명승부가 펼쳐져 흥행에도 호재일 수 있다. 코로나 핑계도 없다. 21세기엔 죽창을 들고 정신력 타령을 한다고 해서 저절로 일본을 넘을 수 없다. 스포츠에서도 지일(知日)을 통한 극일(克日)을 도모해야 할 때다. 정기적인 한일 교류전은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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