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겪으며 강해진 아기 엄마, 세계1위 깼다

임보미 기자 2023. 7.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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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나를 정신적으로 더 강하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의 여자 테니스 선수 엘리나 스비톨리나(29·세계랭킹 76위)는 12일 영국 런던 근교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22·폴란드)를 2-1(7-5, 6-7, 6-2)로 누른 뒤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를 물리친 건 남녀 단식을 통틀어 스비톨리나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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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희망 스비톨리나
시비옹테크 깨고 윔블던 4강行
“우리 국민들 작은 행복이었으면”
시비옹테크 “부디 우승하기를”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가 12일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와의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승리한 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전쟁이 나를 정신적으로 더 강하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의 여자 테니스 선수 엘리나 스비톨리나(29·세계랭킹 76위)는 12일 영국 런던 근교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22·폴란드)를 2-1(7-5, 6-7, 6-2)로 누른 뒤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젠 웬만한 어려운 일도 큰 불행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생엔 더한 일도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를 물리친 건 남녀 단식을 통틀어 스비톨리나가 처음이다. 스비톨리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도 믿기지가 않는다”며 세계 1위를 꺾은 소감을 말했다. “이번 대회 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세계 1위를 꺾고 4강에 갈 거야’라고 말했다면 ‘미쳤냐’ 하고 되물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스비톨리나가 13일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24·체코·42위)와의 4강전에서 이기면 우크라이나 여자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 결승에 오르게 된다. 4강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묻자 그는 “우선 맥주를 좀 마셔야겠다”며 웃은 뒤 “오늘 밤만 즐기고 다시 정비해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스비톨리나는 경기 후 시비옹테크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비톨리나는 “(시비옹테크는) 지금도 우크라이나를 위해 많은 도움을 준다”며 “이렇게 좋은 친구가 지는 건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경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시비옹테크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의미로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 리본을 모자에 달고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이날 스비톨리나와의 경기에서도 같은 리본을 모자에 달았다.

패자 시비옹테크는 스비톨리나를 응원했다. 시비옹테크는 “(스비톨리나는) 인간적으로도 좋아하는 선수다. 오늘 경기가 끝난 뒤 네트에서 만났을 때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며 “이제 나는 스비톨리나의 우승을 응원할 것이다. 엄마가 된 뒤 돌아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스비톨리나는 남자 테니스 선수 가엘 몽피스(37·프랑스)와 결혼했고 지난해 10월 딸을 낳았다. 출산 후 운동을 잠시 쉬는 동안에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자국 군인들을 돕는 모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출산 후 6개월 만인 올해 4월 코트로 돌아온 그는 “출산과 전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더 차분해졌다”며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휴대전화로 내 경기를 보면서 기뻐하는 영상을 봤다. 우리 국민에게 작은 행복이나마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출산 이후 윔블던 정상에 오른 선수는 1980년 대회 우승자 이본 굴라공(72·호주)이 유일하다.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2위)는 대회 5연패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조코비치는 이날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안드레이 루블료프(26·러시아·7위)에게 3-1(4-6, 6-1, 6-4, 6-3)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메이저대회 개인 통산 46번째 4강 진출로 로저 페더러(42·스위스)와 이 부문 최다 타이를 이뤘다. 조코비치는 14일 얀니크 신네르(22·이탈리아·8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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