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떨어지자… 일본인들, 하와이 대신 한국으로

송혜진 기자 2023. 7.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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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日관광객 해외여행 목적지, 호놀룰루 제치고 서울이 1위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 드라마 주인공을 따라하기 위해 한국 교복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일본 관광객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30대 미만 젊은 여성들은 한류 콘텐츠에 등장하는 각종 먹거리와 볼거리, 놀거리를 즐기기 위해 여행을 오는 경우가 많다. /김지호 기자

지난 10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 평일 오후인데도 20~30대 일본인 관광객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도쿄에서 온 리나(22)씨와 동갑내기 대학 친구 사쿠라코·리쿠씨는 함께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국 드라마 보면 주인공들이 종종 놀이공원에서 교복 입고 데이트하잖아요. 우리도 따라 해보고 싶었어요.”

비슷한 시각 서울 명동. 야마다(23)씨와 친구 두 명이 골목길 카페 구석구석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서 “기레이(きれい·예쁘다는 뜻)”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들은 “감자탕·떡볶이 같은 한국 음식도 먹고, 한국 옷도 사려고 왔다”고 했다.

일본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고 있다. 1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5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66만5600여 명이었다. 이 기간 우리나라를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일본인이 5명 중 한 명꼴(19.2%)로 가장 많았다. 일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난 것은 엔저 현상이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해외여행 경비 부담이 커지지만 한국의 경우 지리적으로 가까워 다른 해외여행지보다 경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점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일본 관광객 중에는 특히 20~30대 여성이 27.6%를 차지했는데, 한류 바람이 이들을 한국행 항공권을 끊게 한 이유로 분석된다.

◇엔저(円低)와 한류로 서울이 하와이를 누르다

일본 최대 여행사 HIS가 이달 2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자사 고객이 예약한 해외여행지를 분석한 결과, 서울이 1위에 올랐다. 매년 하와이 호놀룰루가 1위 해외여행지로 꼽혔는데 올해는 2위로 밀려났다. 3~5위는 대만 타이베이, 싱가포르, 태국 방콕이었고, 부산이 7위에 올랐다. 하와이를 제외하면 대체로 일본과 멀지 않아 항공료가 저렴한 해외여행지다. 역대급 엔저(円低)가 계속되면서 해외여행 경비 부담이 커지자, 일본인들은 국내 여행으로 선회하거나, 해외로 나가더라도 가까운 나라를 찾는다는 분석이다. 일본 대형 여행사 JTB는 올해 여름휴가 기간(7월 15일~8월 31일)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본인 관광객을 120만명 정도로 추산했다.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났지만 코로나 확산 직전인 2019년의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 중 가장 비율이 높은 30대 미만 젊은 여성의 경우엔 코로나 이후 더욱 일본에서 인기가 높아진 한류 콘텐츠에 등장하는 각종 먹거리·볼거리·놀거리를 직접 즐기기 위해 여행을 오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한국과 역사·심리적 거리를 거의 느끼지 않는 ‘보더리스족(borderless+族)’으로 유튜브·넷플릭스를 보며 접한 한국 콘텐츠를 현지에서 직접 즐기며 경험하고 싶어한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이달 7월 일본 넷플릭스 TV 드라마 상위 10작품에 한국 작품은 ‘셀러브리티’ ‘킹더랜드’ ‘이번 생도 잘 부탁해’ 3개가 포함됐다. 지난 4월에는 상위 10개 프로그램 중 6개가 ‘더글로리’ ‘길복순’ 등 한국 작품이었다.

◇20대 여자끼리 쇼핑보단 K콘텐츠 체험

HIS에 따르면 서울을 찾는 일본 여성 관광객 대부분은 패키지 관광보단 자유여행을 선호하고, 또래 친구들과 한국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HIS 관계자는 “서울 여행을 예약하는 이들의 30%가 20대이고, 여행 행태로 보면 여성끼리 여행을 계획하는 경우가 40%에 달한다”고 했다.

이들은 과거 명동과 경복궁, 한옥마을을 찾아다니던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과 다른 동선으로 움직인다. 일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에는 각종 ‘서울 여행 추천 코스’가 공유된다. ‘간장게장과 길거리 토스트 먹기’-’가로수길에서 향수 사기’-’롯데월드에서 교복 입고 놀기’-’종로에서 닭한마리 먹기’-’성수동 카페 가기’-’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쇼핑하기’-’한남동 편집숍 가기’ 같은 식이다.

다만 엔화 약세가 심화하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우리나라 쇼핑에 쓰는 돈은 다른 나라 관광객보다 많지 않은 편이다. 10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지난 두 달 동안 일본인 관광객 매출은 전체 외국인 매출의 2% 정도에 그쳤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요즘 일본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관광 위주로 즐기고, 쇼핑은 상대적으로 자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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