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94] 시계탑이 주는 평온함
시계탑은 기계식 시계의 개발 이후 세워지기 시작했다. 수백 년 전부터 시간을 측정하는 해시계나 물시계가 있었지만 보통 수평적으로 배치되어서 가까이 가서 들여다봐야 하는 구조였다. 반면에 시계탑은 수직으로 세워졌고 어디서나 잘 보였다. 덕분에 과거에 “동틀 때 만나자”고 하던 것이 “아침 6시에 만나자”로 대체되었고 정확한 일과가 가능해졌다. 물론 시간의 중요성도 인지되기 시작했다.
서양에서 시계탑이 시작된 건물은 교회였다. 기존에 탑이 있었으므로 시계를 부착하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교회의 시계탑은 마을의 유일한 시계였다. 이후 마을회관이나 도서관, 학교, 법원 등의 공공건물이 지어지면서 시계는 보통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에 설치되었다. 그리고 마을의 중심으로 상징되면서 18~19세기에는 도시계획의 필수적인 요소로 포함되었다. 마을을 이동할 때면, 떠난 마을의 시계탑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목적지 마을의 시계탑 꼭대기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해 나름 이정표의 역할도 했다.
건축물에서 시계탑은 실내의 상징적 개구부 역할도 한다. 마치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고딕 성당의 장미창과 유사하다. 멀리서 바라보는 시계탑의 풍경은 다소 고풍적이고 낭만적이지만 내부 장치는 단순하지 않다. 영화 ‘허드서커 대리인(Hudsucker Proxy)’에서 보이듯 첨단의 복잡한 부품들이 삼차원적으로 조합된 정밀 공학의 정수다. ‘백 투더 퓨처’에서 포털이 되는 지점도 바로 시계탑이다. 미래로의 시간여행이라는 설정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배경이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시계탑은 ‘랑데부 포인트’로의 역할을 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친구들끼리 여행을 떠날 때 기차역의 시계탑은 대표적인 약속 장소였다. 뉴욕 그랜드센트럴 기차역의 시계탑은 보석으로 유명한 티파니가 디자인했다. 모두가 티파니의 상품을 소유하지는 못하겠지만 누구나 이 아름다운 시계탑은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 시계탑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영적 평온함을 주는 매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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