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 돈을 이렇게 쓰겠나”…‘짝퉁 거북선’ 이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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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조선해양전시관 앞마당에 있던 거북선이 결국 해체됐다.
경남도와 경남개발공사가 13년 전 국비와 도비 20억 원을 들여 복원한 실물 크기 배다.
합천한옥호텔이나 마산로봇랜드처럼 민간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특혜성 협약을 맺었거나, 거제 거북선이나 정관 아쿠아 드림파크처럼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면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문제 근원을 찾으려면 관리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김태호 지사 시절 경남도청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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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조선해양전시관 앞마당에 있던 거북선이 결국 해체됐다. 경남도와 경남개발공사가 13년 전 국비와 도비 20억 원을 들여 복원한 실물 크기 배다. 사흘간 해체 작업이 끝나면 나무는 소각장으로, 철근은 고물상으로 간다. 경남도 ‘이순신 프로젝트’ 일환이었던 ‘임진란 거북선 1호’의 결말이다. 제작을 맡은 사업자가 시방서에 있는 국산 금강송이 아닌 미국산 저질 소나무를 사용한 사실은 완성 후에야 들통이 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배마저 나무가 뒤틀리고 물에 띄우면 기우는 등 제 구실을 못해 결국 육지 전시용으로 전락했다. 업자가 사법처리되고 위약금은 받았지만, 사업비 보수비 해체비를 더해 십수억 원이 녹아버렸다.
이런 일선 지자체의 무책임한 예산 낭비가 일부에 한하지 않는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부산 수영구에선 요즘 모기 세는 기계와 공공전기자전거 앱이 입방아에 오른다. 구청이 실효성은 없는데 유지보수비는 연간 2000만 원 가까이 드는 모기 개체수 측정기 구입에 1억 원이나 쓴 것이다. 1억2000만 원짜리 전기자전거 앱은 설치 2년도 안돼 먹통이다. 두 사업이 같은 회사 제품인 데다, 이 업체가 최근 몇년간 수영구 발주 사업을 24억 원 어치나 따낸 사실이 알려져 특혜 시비로 번질 조짐까지 있다. 이밖에 524억 원짜리 부실덩어리로 지목된 정관 아쿠아 드림파크(기장군), 300여억 원을 물어줄 판인 합천한옥호텔 사업(합천군), 1126억 원 배상 책임을 떠안은 마산로봇랜드 사업(경남도·창원시) 등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러니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다는 탄식이 터진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예산이 없다”는 푸념을 달고 산다. 실제로 광역시도의 구나 군 단위 1년 예산은 많아야 수천억 원 대이다. 이마저도 상당 부분 국비에 의존하고 재정자립도는 10~20%에 머문다. 이런 곳에서 수십억 혹은 수백억 원을 날리거나 물어주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불가항력에 의한 정책적 실패는 그나마 변명의 여지라도 있다. 합천한옥호텔이나 마산로봇랜드처럼 민간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특혜성 협약을 맺었거나, 거제 거북선이나 정관 아쿠아 드림파크처럼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면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업자와 유착이 의심되는 사건은 수사기관이 나서야 할 수도 있다.
‘짝퉁 거북선’ 사건과 관련해 경남도는 거제시를 상대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 문제 근원을 찾으려면 관리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김태호 지사 시절 경남도청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후 관리소홀 이전에 최초 담당자 잘못부터 따지는 게 순서다. 다른 사안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불거진 건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곳곳에 숨은 예산 낭비 사례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안 그래도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로 세수가 줄어든다. 정부나 지자체는 부족한 재정을 증세나 복지 축소로 메우려 하지 말고 새는 구멍부터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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