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로컬의 힘’으로 다시 개항

경기일보 2023. 7.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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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가 확정되면서 디아스포라(흩뿌리고 퍼뜨린다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상징으로 거론되는 인천 개항장거리가 뜨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요즘 14개국 재외동포 청소년들을 초청해 개항장을 탐방하도록 했다. 개항장 초입의 제물포항(인천항 1·8부두 사이)은 인천 기억을 품고 있는 장소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직후 1883년 8월15일 미국 견학 공식사절단인 ‘보빙사’가 배를 타고 떠난 곳이다. 역사상 최초로 정사 민영익을 필두로 홍영식, 유길준, 중국인 통역관 우리탕(吾禮堂) 등 11명의 서방 외교사절단은 제물포~일본 도쿄~미국 샌프란시스코를 항해한 뒤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시카고~워싱턴 D.C~뉴욕을 시찰한다. 사절단은 40여일간 미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으나 수행원 유길준은 미국에 남아 2년간 국비 유학한 덕분에 ‘서유견문록’을 남겼다. 1902년 12월22일 인천 내리교회 신도들을 주축으로 한국 이민사의 첫발을 내딘 곳도 제물포항이다.

일본 요코하마와 같은 근대 개항지인 제물포항 일대에는 아직도 국내에서 근대건축물이 가장 많다. 10여 년 전 호주 시드니 달링하버의 ‘더 록스’에 갔을 때 기시감이 들었다. 세계 3대 미항인 달링하버를 사이에 두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맞은편의 록스는 영국인의 호주 첫 상륙 지점이라 옛 건물이 즐비하다. 록스거리를 돌아보면 마치 인천 개항장지구에 온 듯 편하고 친근하다.

록스 역사지구 내엔 1800년대 건물을 멋지게 되살린 호텔, 갤러리, 공방, 카페들이 관광객 눈길을 사로잡는다. 유서 깊은 건물과 거리에선 다채로운 공연, 전시회, 창작자 워크숍, 체험 프로그램, 음식축제를 진행한다. 금~일요일 사이 항상 열리는 골목장터에선 시드니 근교의 농산물과 특산품, 먹거리를 살 수 있다. 그래서 록스 거리탐방을 ‘호주 여행의 꽃’으로 부른다.

록스가 ‘로컬의 힘’을 일깨워줬다. 필자는 인천으로 돌아와 개항장에서 거리공연을 시작했다. 한 시민단체의 문화사업 실무를 총괄하고 있던 터라 쓰레기장처럼 방치됐던 신포동 야외분수무대에서 ‘아여콘(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콘서트)’을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열었다. 예술을 매개로 문화거리를 점-선-면으로 연결하려 했다. 2014년 3월 첫 버스킹 오프닝 때 나눠준 전단지에 이런 글을 썼다.

“개항장문화지구에 피어오르는 문화 향기를 시각화하렵니다. 미국 보스턴의 프리덤 트레일, 호주 시드니의 록스 거리축제인 ‘빌리지 비자(Village Bizarre)’와 같은 명품 관광 소프트웨어가 등장할 것을 확신합니다.”

이 소망이 속히 이뤄지길 바란다. 재외동포청이 정부기관 유치 실적으로 그치지 않고 인천을 대표하는 개항장거리를 설렘, 즐거움, 놀라움, 깨달음을 선사하는 역사문화 장소로 거듭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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