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한의대 정원축소, 국민을 위한 주장인가?

최혁용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한의사 2023. 7. 1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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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한의사 사이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가만? 비슷한 얘기 같은데?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도 한의대정원을 줄이자고 나섰고 대한의사협회(의협)도 한의대를 폐교하자고 했으니 말이다.

의협이 한의대 폐교를 주장하는 이유는 자신의 영역을 침탈하는 한의사의 존재를 뿌리부터 제거하기 위해서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한의대와 한의사 또한 의료공급 확대, 필수의료 강화의 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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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용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한의사

의사와 한의사 사이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최근에는 의대정원 확대문제를 두고 또 싸움이 붙었다. 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 부족의 원인이 의사들의 과도한 피부미용분야 진출이라고 주장한다. 할 일은 다하지 아니하고 수익만 좇는다는 지적이다. 의대정원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한의대정원을 축소하자고도 했다. 한의대정원을 줄인 만큼 의대정원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다. 의사협회가 이런 말 듣고 가만있을 리 없다.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서는 한의대를 폐교하고 한의사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나섰다.

가만? 비슷한 얘기 같은데?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도 한의대정원을 줄이자고 나섰고 대한의사협회(의협)도 한의대를 폐교하자고 했으니 말이다. 폐교가 뭐 별건가. 정원을 줄이다 보면 결국 없어지겠지. 싸우면서 닮는 건가.

의협의 한의대 폐교, 한의사 폐지 주장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들이 주장하는 의료일원화의 핵심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의협의 정원감축 주장은 참신하다. 한의대 폐교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의대를 줄이는 것만큼은 동의한 셈이니까.

날선 공방만 반복해온 의협과 한의협이 어쩌다 뜻이 맞은 것인가. 국민을 위해 손잡은 것 같지는 않다. 대의에 부응하는 것도 아니다.

한의협이 한의대 정원을 줄이고 싶어하는 이유는 한방의료시장의 경쟁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다. 적은 숫자의 한의사만 한의원을 하면 그만큼 기존 한의사가 먹고살기는 나아질 것이라는 셈법이다. 이미 한방서비스는 포화했고 한의사는 과잉이라는 것이다. 이 계산에 투철하다면 한의협은 정원감축보다 폐교를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의협이 한의대 폐교를 주장하는 이유는 자신의 영역을 침탈하는 한의사의 존재를 뿌리부터 제거하기 위해서다. 동일한 환자를 두고 경쟁하는 직군을 없앰으로써 환자를 독점하겠다는 욕심이다.

결국 한의협이나 의협이나 목적하는 바는 같다. 경쟁자를 줄여 혼자만 먹고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국민 입장에서도 올바른 해법인가 여부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의료공급 확대를 원한다. 의사도 많아져야 하고 직군별 의료공급량도 늘어야 한다. 부족한 의사를 더 생산해야 할 시점에 느닷없이 한의사를 줄인다? 국민 입장에서 이해할 방향은 아니다. 한의대정원 축소가 의대정원 확대의 필수 전제인 것도 아니다. 의사가 더 필요하면 그냥 의대생들을 더 뽑으면 된다. 한의대를 구태여 줄일 이유가 없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한의대와 한의사 또한 의료공급 확대, 필수의료 강화의 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방법도 간단하다.

우선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기준을 높이고 1차의료와 필수의료 공급이 가능하도록 한의대 교육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대학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료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만큼 공급할 의무가 있다. 달라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한의대야말로 폐교의 대상이 돼야 한다. 동시에 의대생이건 한의대생이건 일정기준을 충족하는 학생들에게는 복수전공, 복수학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존 의사, 한의사도 필요에 따라 각각 한의학, 의학에 대한 추가교육을 실시할 수 있겠다. 의학과 한의학을 동시에 배운 통합의사들은 우리 사회에 의료공급량을 확실히 늘릴 것이다. 포괄적 접근을 필요로 하는 1차의료 강화에도 분명히 기여할 것이다.

이처럼 한의대생을 더 가르치고 한의사를 더 잘 쓰면 그만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영역을 채울 수 있다. 제대로 쓰지를 못하니 남아도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정원을 줄이자거나 폐교하자는 주장은 그저 독식하고 싶은 욕망의 분출일 뿐이다.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교육하고 사회가 원하는 만큼 의료를 공급하는 방향으로 정책설계가 돼야 한다. 소수 공급자에 휘둘리지 말고 진짜로 해야 할 일을 하자.

최혁용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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