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사악한 문제' 다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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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달리 설명하면 원인도 셀 수 없이 많고, 설명하기 어려우며, 이렇다 할 정답도 없는 문제가 바로 사악한 문제며 대표적인 예로는 현재 우리 곁에서 벌어지는 환경파괴, 테러리즘, 빈곤 같은 것을 상정해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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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이 단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 5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글을 피츠버그대학의 존 카밀루스 교수가 재인용하면서 다수의 관심을 끌게 됐다.
카밀루스 교수는 조직이 끊임없는 변화나 전례 없는 문제에 직면할 때면 종종 사악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언급하면서 사악한 문제의 가장 큰 특징으로 '기존 절차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달리 설명하면 원인도 셀 수 없이 많고, 설명하기 어려우며, 이렇다 할 정답도 없는 문제가 바로 사악한 문제며 대표적인 예로는 현재 우리 곁에서 벌어지는 환경파괴, 테러리즘, 빈곤 같은 것을 상정해볼 수 있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사악한 문제들은 기존 프로세스로는 감당할 수 없을뿐더러 기존 절차로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소지도 다분하다 하겠다.
결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누적되면서 나타난 여러 문제가 바로 사악한 문제인데 여기에 한술 더 떠 '극도로 사악한 문제'(extremely wicked problem)라는 개념까지 등장했다. 켈리 레빈 등 일군의 학자는 '기후변화'를 '극도로 사악한 문제'의 대표 사례로 언급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사악한 문제의 특징에 아래 4가지 특징을 가미했다.
첫째, 문제해결을 위해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 넷제로 달성을 위해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은 2050년까지며 이마저도 지구의 온도가 예상보다 빨리 상승하면서 점차 앞당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이 문제를 해결할 '중앙통제기관', 혹은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며 전 인류가 달려들어 함께 풀어야 할 문제임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기후변화를 전담할 제대로 된 글로벌 통제기관이 아직도 없는 실정이다. 혹자는 IPCC(기후변화 관련 정부간 협의체)나 COP(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있지 않냐고 응수할 수 있지만 이 기관들이 설정한 기후목표는 제대로 된 통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매일의 탄소배출량은 여전히 기록적인 수준을 경신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셋째,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사람도 결국 그 '문제를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정말 뼈를 때리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하면서도 우리는 실제 생활에서 여전히 많은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여러 활동에 안주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유발하며 살아가니 말이다.
넷째, 현행 정책은 이런 문제가 초래할 미래를 '비합리적으로 과소평가'한다고 본다. 시장 중심 접근법에 따라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과신으로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면서 이런 문제가 초래할 외부효과와 기하급수적 증식성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반추하면 기후변화는 우리에게는 '극도로 사악한 문제'일 수밖에 없겠다. 남겨진 시계추는 갈수록 짧아지고 글로벌 통제기관은 실행기구라기엔 합의기구 역할도 못하고 있으며 정작 문제해결자인 우리는 행동변화를 통한 체질개선 노력에는 소홀하니 말이다. 문제의 해결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절체절명의 기후위기 문제는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극도로 사악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 해법 찾기에 앞장서야겠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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