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민의 HR이노베이션] 끼리끼리 모이는 '폴트라인' 증가…조직의 잠재적 위험요소
‘폴트라인’이란 지질학에서 쓰는 용어로, 외부 자극을 받은 지구 표면 속 단층들의 균열로 길게 갈라진 틈을 의미한다. 외부 자극이 없다면 지구 표면에서 관찰하지 못한 상태로 몇천 년 동안 잠복할 수도 있다. 그룹 폴트라인이란 조직 구성원이 하나, 혹은 둘 이상의 속성에 의해 하부 그룹으로 나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속성은 성별, 나이, 인종과 같은 표면적인 속성과 성격, 가치관과 같은 내재적 속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폴트라인은 조직 내 개인의 속성이 한 방향으로 정렬될 때 더욱 더 강해진다. 예를 들면 A팀은 모두 여성으로 30대 미만이고, B팀은 모두 남성으로 50대 이상이라면 성과 나이의 폴트라인이 정렬돼 강한 폴트라인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그룹 폴트라인은 평상시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외부 자극이나 변화가 주어졌을 때 조직 내에 많은 갈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그룹 폴트라인 강도가 강하다는 것은 외부 자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룹 폴트라인은 다양성 연구에서 조금 더 진화한 형태의 개념이다. 조직 내 다양성을 측정하는 연구는 지금까지 많은 학자에 의해 시도돼 왔다. 그룹 폴트라인의 측정 역시 기본적으로 다양성에 기반을 두지만 방법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다. 다양성은 조직 내에서 한 가지 속성의 분산 정도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룹 폴트라인은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이상 속성의 정렬 정도를 가지고 측정한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이런 문제를 증명하기 위해 재미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270명의 MBA 학생을 6명씩 45개의 팀으로 나누고, 3개월간 팀 과제를 부여했다. 과제가 끝나고 270명의 학생에게 팀 내 갈등의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구성원의 상호 신뢰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45개 팀은 크게 3개의 그룹으로 설계됐다. A그룹은 6명의 구성원이 인구통계학적 유사성이 거의 없는 팀, B그룹은 유사성이 있는 3개의 하위 집단으로, C그룹은 유사성을 지닌 2개의 하위 집단으로 구성했다. 다양성의 관점에선 A그룹이 가장 높고, 폴트라인 강도 측면에선 C그룹이 가장 높게 설계됐다고 할 수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C그룹이 팀의 갈등 정도가 가장 높고 상호 간 신뢰 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를 팀의 효과성 극대화 측면에서 적용한다면 구성원의 인구통계학적 폴트라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부분 조직에서는 잠재적인 폴트라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떤 팀은 갈등이나 문제 없이 잘 지내고, 또 어떤 팀은 다양성과 파벌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일으킨다. 이런 차이를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은 그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의 리더십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리더는 폴트라인의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역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첫째, 팀원들의 구성비(학력, 나이, 성별, 고향, 전공 등)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문제를 일으킬 만한 폴트라인의 존재 유무와 위험 수준 등 징후를 감지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팀을 구성할 때 폴트라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팀원 구성에 대해 사전에 고민해야 한다. 업무 관점으로만 구성원을 배치한다면 향후 조직 내 갈등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사업을 시작하는 분야에서는 신규 인력 유입에 따른 폴트라인의 발생을 방지해야 한다.
셋째, 팀원들이 인식할 수 있는 공통된 비전, 목표,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팀원들이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실천한다는 것은 폴트라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관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팀 내 연결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연결자는 갈등을 일으키는 양쪽의 공통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이다. 연구에 의하면 조직 내 이런 연결자가 있을 때 조직 갈등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오승민 LG화학 인재육성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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