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토, 맞춤형 협력 관계로…군사기밀공유 '바이시스' 가입 추진
13개 국가와 양자회담…기시다와 오염수 해법 논의도
(빌뉴스=뉴스1) 나연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년 연속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국과 나토 간의 협력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리투아니아에서의 2박3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2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대화와 협의 △과학기술 △대테러 △사이버 방위 △신흥기술 △군축·비확산 △국방 역량 강화 △상호운용성 실질협력 △기후변화 △여성평화안보 △공공외교 등 11개 분야에 걸친 '한-나토 ITPP(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채택, 한국과 나토의 협력을 보다 제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나토와 상호 군사 정보공유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은 나토 동맹국 간 군사 기밀을 공유하는 바이시스(전장 정보 수집 활용 체계) 가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과 나토는 바이시스를 통해 핵전력 관련 내용도 공유해 왔는데 우리나라가 바이시스에 가입한다면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에도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국제 사이버 훈련센터를 설치, 나토의 사이버 훈련센터와 합동 훈련을 통해 사이버안보 협력을 활성화해 나갈 방침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작년 나토에 첫 파트너국으로 참여했을 때 자유 세력 간의 연대 강화를 설파하고 상호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연대의 기조 위에서 한국과 나토 동맹국들 간에 협력을 제도화하고 실질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단적으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상황,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같은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위협을 함께 안보 측면에서 다룬다는 면도 있지만 상호 정보 공유의 확대, 사이버 안보의 협력강화라는 것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와 AP4(나토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동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유럽 도시들까지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 및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토 동맹국은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5년 만에 북한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규탄하기도 했다.
AP4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채택, 도발을 중단하고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 이행 및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 등을 겨냥해서도 전체주의와 권위주의 세력이 국제사회에 전쟁과 가짜뉴스 배포 등 여러 위협을 만들고 조장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 노르웨이, 포르투갈, 네덜란드, 뉴질랜드, 헝가리, 루마니아, 스웨덴, 영국,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일본, 핀란드, 리투아니아 등 13개 국가 정상과 양자회담을 진행하는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양자회담에서는 △공급망 강화 △신수출시장 확보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등과 관련된 논의가 이루어졌다.
공급망 강화에서는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에너지 등 세부 분야에서 여러 나라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네덜란드에는 반도체 장비 투자지로서의 한국의 장점을 설명하고 현금 지원, 세액 공제, 입지 지원 등을 약속하며 노광장비 세계 1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사의 한국 투자를 강하게 요청했다.
일본과는 화이트리스트 복원 조치 등과 발맞춰 상호투자 확대를 통한 안정적 공급망 구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조만간 도레이첨단소재 등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한국 투자계획 발표가 있을 전망이다.
또한 윤 대통령은 국제공동연구 촉진을 위해 유럽 정상들에게 유럽의 첨단기술 공동 R&D 플랫폼인 유레카(EUREKA)에서 한국과 협력 확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핀란드와는 6G 기술 공동 개발 및 표준 제정 등 첨단 디지털 기술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신수출시장과 관련해서는 유럽 국가들과 원전, 방산, 인프라 협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윤 대통령은 신규 원전 도입 계획이 있는 네덜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스웨덴 정상에게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설명하며 원전 협력을 제안했다. 소형모듈원전(SMR) 도입을 추진 중인 헝가리, 루마니아, 스웨덴 정상에게는 한국형 SMR을 홍보하고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또한 노르웨이, 루마니아, 헝가리 등과는 방산 협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루마니아가 추진 중인 흑해 최대 항만인 '콘스탄차 항만 개발사업'에는 부산항만공사를 포함한 한국 기업의 참여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해서는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 접견에서 한미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폴란드에서도 윤 대통령은 정상 간 논의와 더불어 우리 기업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구체적인 진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 계기로 진행된 양자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협력 의제들은 관련 부처, 기업들이 함께 참여하는 팀 코리아 활동을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각국 정상들에게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약 2개월 만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다시 마주 앉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계획대로 방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으로 우리와 공유하고, 방류 점검 과정에 한국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방사성 물질 농도 기준치 초과시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12일 오후 폴란드로 출국, 순방을 이어간다.
윤 대통령은 14일까지 폴란드에 머무르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 바르샤바 대학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폴란드 순방에는 구광모 LG 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 구자은 LS 회장 등 주요 그룹 대표를 포함해 89명으로 이뤄진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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