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투명한 발표’ 표방… 韓·日, 오염수 문제 접점 찾기

곽은산 2023. 7. 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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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기시다 정상회담
尹 “오염수 기준 초과시 알려야”
기시다 “모니터링 정보 신속 공표”
북핵 문제 위기의식도 함께 공유
국제안보 양국 협력 거듭 확인
소부장 공급망 협력 강화도 논의
2023년 셔틀외교 복원 등 성과로 꼽아
한·일 고위경제협의회 연내 재개
기시다 “안녕하세요” 한국말 인사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12일(현지시간)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논의한 건 양측이 ‘국민 건강’과 ‘투명한 발표’를 내세우며 지속적인 의견 접점을 찾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위기의식 공유를 통해 서방 집단 안보체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고리로 한·일,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尹·기시다 6번째 회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빌뉴스=연합뉴스
이날 나토 정상회의 개최지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사이 방류 점검 과정의 우리 측 전문가 합류 방안 등에 대한 뚜렷한 합의가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양국은 추후 국민 여론을 주목하면서 오염수 방류 문제 대응 방향을 맞춰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이 각각 국제원자력기구(IAEA) 발표 내용을 존중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오염수 방출을 중단하겠다고 한 발표 역시 서로의 주권 판단을 존중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리투아니아 빌뉴스 현지 사전 브리핑에서 “서로 신뢰를 강화하고, 필요한 것은 함께 마음을 터놓고 협력하고, 또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는 기회로 활용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에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똑같은 입장”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것이 12~13년 전에 일어난 자연재해이고, 그 결과로 일본을 포함해 우리 아시아·태평양 이웃국들이 함께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이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규탄을 통해서는 다음달 예정인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3국 간 대북 공조가 한층 더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양국이 국제 안보 협력에서 역할을 함께하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하면서 일각에서는 한·미·일 별도 확장억제 협의체가 구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빌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 장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 정상이 이날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상호 공급망 협력 강화를 논의한 점에서는 추후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경제교류가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한·일 셔틀 정상외교가 본격화되면서 양국 경제계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조만간 도레이첨단소재 등 일본 소부장 업체들의 대 한국 투자계획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두 정상은 올해 상반기 12년 만에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복원하는 등 관계 개선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특히 한국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일본 외무성 경제담당외무심의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포괄적 경제 분야 협의체인 ‘한·일 고위경제협의회’를 올해 안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미국 워싱턴에서의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양국이 각각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과정에서도 계속 연대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양자 회담은 이날로 6번째로, 기시다 총리는 회담에 앞서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상회담 결과가 전해지자 “누가 윤 대통령에게 (오염수) 방류를 허락할 권리를 줬나”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는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사실상 동의를 받은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오늘로써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라고도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과 한훈 농림식품부 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등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 '외식업·식품업 보호 대책 긴담회'에서 '우리바다 우리수산물 안전합니다' 글이 적힌 부채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한편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는 이날 국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외식업·식품업계 보호 대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 여당은 수산물 관련 업계가 위기에 빠진 것이 야당 탓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성일종 위원장은 “IAEA의 최종 보고서가 발표됐음에도 민주당은 괴담 선동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우리 수산물을 먹어서는 안 되는 위험한 물질로 규정해버림으로써 우리 어민은 물론 외식업계와 식품업계까지 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미신 같은 공포를 과학적 팩트(사실)로 반드시 분쇄하겠다”고 강조했다.

곽은산·박지원·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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