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 동해안 전통 발효식품의 세계화
인간의 수명은 점차 늘어나 100세 시대를 맞고 있다. 이는 의료 기술이 발달한 덕도 있지만 다양한 먹거리가 풍부해져 사람에게 필요한 여러 영양성분 섭취가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건강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웰빙 트렌드에 적합한 식재료가 바로 수산물이다.
수산물은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EPA, DHA 등 고도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생선 지방인 오메가-3는 심장병 발병률을 크게 낮춘다. 그중에서 수산물을 발효시켜 먹어왔던 ‘젓갈’은 어패류의 살, 내장, 알 등에 소금을 가해 부패균의 번식을 억제하고, 어패류 자체의 효소와 외부 미생물의 효소작용으로 육질을 분해한 독특한 맛과 풍미의 발효식품이다.
젓갈은 숙성 기간 중에 자체에 있는 자가분해효소와 미생물이 발효하면서 생기는 유리아미노산과 핵산분해 산물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특유의 감칠맛이 난다.
수산 발효식품은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 더운 지방에서 시작하여 인류가 발효식품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나 제조역사는 중국의 기록으로부터 시작된다. 최초의 문헌적 언급은 기원전 3~5세기경 쓰인 중국의 고사전 ‘이아(爾雅)’라는 책에서 생선으로 만든 젓갈을 뜻하는 한자의 기록이 있다. 젓갈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자료는 5세기 경 ‘제민요술(濟民要術)’에 종류, 제조방법 등의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신라 신문왕 3년(683년)에 신문왕이 왕비를 맞이하기 위한 폐백 음식으로 ‘해’를 사용했다고 한다. ‘해’란 오늘날의 젓갈을 의미한다. 고려시대의 고려도경은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상용하던 음식이 젓갈’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동해안에서의 젓갈은 명태, 오징어 등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켜 만든 음식으로 명란젓, 창난젓, 서거리젓, 오징어젓 등이 유명하다. 세계 영양학자들은 한국의 수산 발효식품인 각종 젓갈이 단백질 분해 작용과 특유의 발효 맛으로 볼 때 국제적으로 뛰어난 식품임을 인정하고, 국제식품으로 널리 보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젓갈은 소금만 넣어 담그지만 ‘식해’는 소금 외에 곡물을 넣는다. 식해는 어패류, 소금 외에 곡류를 섞어 발효시킨 음식으로 젓갈류에 속한다. 곡물이 발효하면서 발생하는 유기산을 이용하여 저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밥을 첨가하는 것이다. 동해안에서는 조밥과 쌀밥을 주로 사용하였다. 또한 젖산으로 인해 식해는 특유의 새콤한 맛을 낸다. 중국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지는 생선 젓갈이고, 자는 생선의 또 다른 저장 형태인 식해’라고 했다. 중국에는 여러 종류의 식해가 있었는데 송나라(960년~1279년) 때 가장 발달했다. 그 후 식해가 회(膾)의 일종으로 분류되었다가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식해가 있어 왔으나 문헌에는 조선시대인 1600년대의 ‘주방문(酒方文)’, ‘요록(要錄)’에 ‘생선에 곡물과 소금을 합하여 만드는 전형적인 식해’가 나오고, 1700년대의 ‘음식보(飮食譜)’에서는 ‘식해를 담글 때 숙성이 잘 되게 하려고 누룩을 섞었다’는 기록이 있다.
동해안의 식해 종류는 명태, 가자미, 오징어, 도루묵 등이 있다. 식해는 발효 음식이라서 소화가 잘되므로 환자나 노약자, 어린이 영양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입맛이 없을 때는 따끈한 밥 위에 식해 한점 올려 먹는 맛이 으뜸이다.
최근에는 일반 젓갈(염도 20%)보다 염도가 낮고 감칠맛이 뛰어난 저염 젓갈과 식해(염도 4%)가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와 외식업계가 국민건강 식생활운동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나트륨 줄이기 운동’과 맥락을 같이하는 등 국민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동해안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웰빙 젓갈과 식해 문화를 발전시켜 수출 확대에 의한 전통 발효음식 세계화의 꿈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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