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조로 스태프 노동권 개선된 10년…임금은 3년 멈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영화스태프 노동 실태조사 10년
노조결성과 단체교섭, 노사정합의 결과 처우개선으로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영화제작 현장에서 노사 교섭과 노사정 합의 등의 결과 스태프 임금체불이 10년 새 뚜렷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시간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주 52시간을 넘어서고 임금은 3년간 정체 상태다. 스태프 고용을 외주화하는 경향도 크게 늘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12일 월간 이슈페이퍼에서 최근 10년간의 영화스태프 노동조건 실태 추이를 이같이 분석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9차례 진행한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를 살핀 결과다.
영화스태프 노동자들은 초저임금에서 벗어났다. 스태프 수입은 2012년 연 1107만 원으로 처음 1000만 원을 넘어선 뒤 2020년 3001만 원으로 증가했다. 2년 뒤엔 3020만 원으로 나타나 3년째 정체했다. 이슈페이퍼는 장기적 상승세가 노동조합 결성과 영화산업 단체교섭, 노사정 사회적 교섭 등을 지속 추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2001년 첫 실태조사에서 스태프 연간 수입이 337만 원이라는 충격적 결과가 나온 뒤 2005년 한국영화산업노동조합 결성, 영화산업 단체교섭, 2012~2014년 노사정이행협약 등 처우개선 노력이 지속 추진됐다.
그러나 실질임금으로 보면 지난해 임금이 4년 전보다도 작아졌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한 결과(기준년도 2020년) 스태프 실질임금이 2018년 2883만 원에서 2년 뒤 3001만 원으로 올랐다가 2022년 2804만 원으로 외려 뒷걸음질했다.
작성자인 이종수 객원연구위원은 “지난해 연간 참여작품 수(2.9편)와 작품당 참여 기간(4.4개월)을 곱하면 연간 작업 기간이 평균 12.8개월이다. 연간 수입을 그로 나누면 월 평균 237만 원”이라며 “2018년 이후 보수 수준이 정체되며 처우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 201만 580원을 약간 넘어서는 수준이다.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주중 작업 일수는 2020년 평균 5.14일로 나타나 2012년(5.45일)에 비해 0.3일 감소했다. 그러나 52시간을 넘어선다. 하루 평균 작업일수를 곱하면 57.1시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 53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자도 34.5%였으며 해마다 1일 평균 노동시간도 10시간을 훌쩍 넘었다.
10년간 조사에선 스태프 고용 외주화 추세도 확인된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아웃소싱 경향이 확인되고 있다. 고용 계약 상대방이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제작사로부터 위탁받은 회사'라는 응답이 24%를 차지하고 있어서 아웃소싱 경향에 대한 원인과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외주화가 11년 전 8.3%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반면 10년 사이 근로계약서 작성이 눈에 띄게 확산했다. 2014년 구두 계약한다는 스태프는 응답자의 14.5%였는데 8년 뒤인 2022년엔 1.3%로 크게 줄었다. 2014년에 일반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응답이 42.3%로 가장 높았으나 2022년엔 근로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73.2%로 가장 많았다.
영화스태프들이 1년 안에 부당행위를 당했다고 밝힌 경우는 크게 줄었지만 폭언과 욕설, 폭행을 당한 사례가 11.9%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그 외에 성차별과 부당대우, 성희롱과 성추행도 총 10%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과거 영화스태프에게 가장 심각한 부당행위 유형은 임금체불(39.4%)이었는데 2022년 2.7%로 감소했다.
스태프 가운데 여성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점도 유의미하다. 여성 비중이 2012년 32.8%에서 2022년 41.5%로 늘었다. 다만 2020년 43.6% 보다는 오히려 줄었다. 이 연구위원은 “여성 스태프 비중은 제작, 연출 등 대부분 부서에서 증가했다”며 “특히 남성 중심적 부서로 인식되던 촬영의 경우 여성은 2016년 8.7%에 불과했으나 2022년 19.4%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2001년을 시작으로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현장 문제점들이 노사 단체교섭과 노사정 대화, 근로표준계약서, 영화비디오법 개정 등 방식으로 정책에 반영되며 영화스태프 처우 개선을 이끌어왔다”며 “중요한 근로조건에서 상당한 개선이 이뤄졌다”고 했다. 특히 “2012년부터 2014년 영화산업 노사정이행협약을 하고 영화비디오법에 사회적 합의 사항을 명문화한 법개정에 더해 정기 실태조사가 정책효과 모니터링과 환류를 톡톡히 해왔다”고 밝혔다.
영화노조는 영화스태프 노동자들이 밤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만연한 임금체불 등 개선을 요구하며 2005년 설립했다. 1년간의 교섭 요구 끝에 제작사 단체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첫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제작사, 투자사, 노조가 참여하는 노사정 합의를 맺고 이듬해 영화비디오법에 영화근로자와 영화근로자조합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영화노조는 현재는 협회에 가입한 제작사가 줄면서 개별 제작사와 단체교섭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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