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개똥은 몰라도 사람 똥은 약이 될 수 있다
‘대변 이식술’ 항암 환자에 효과
캡슐 형태 경구치료제도 나와
장내 면역력 높여… 연구 활발
새로운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가 많이 도입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암 치료에서 독성항암제는 진행성 암의 주요 치료법이다. 독성항암제도 요법에 따라 부작용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흔한 부작용은 저호중구증 등의 혈액학적 독성이다. 즉, 항암치료 중에는 일시적인 면역결핍 상태가 흔히 발생하고 이때 열이 나는 경우를 저호중구증 발열이라고 하는데, 이는 일종의 내과적 응급상황이다. 전신의 면역이 무장해제된 상태에서의 발열은 심각한 패혈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다양한 세균에 유효한 항균제를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여느 치료법이 그러하듯이 항균제의 사용에도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는 ‘정상공여자’를 찾는 과정이 번거롭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불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상균을 치료제로 개발하기 시작했고 2022년 레비요타라는 치료제가 최초로 미국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 치료제는 기존의 분변이식과 마찬가지로 내시경 시술로 장내에 투여하여야 한다. 지난 4월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캡슐의 형태로 복용하는 경구치료제가 추가로 승인되었다. 이런 약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치료제라고 부른다.
놀랍게도 마이크로바이옴은 단순히 정상대변을 만들고 대장을 지키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장내 세균은 장내의 상피세포 및 면역세포와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하고 있어 인체의 면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아토피, 천식 등의 자가면역성 질환과 연관될 수 있다. 또한 장내 세균이 분비하는 대사물질과 자폐스펙트럼, 우울증, 파킨슨 등의 뇌신경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보고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항암면역치료법의 반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기존에 면역관문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환자로부터 유래한 분변 미생물군 이식을 시행하였더니 면역치료제의 항암효과가 되살아났다는 보고를 하기도 하였다. 요즘은 도리어 장염에 대한 연구보다 면역항암제의 치료효과를 상승시키기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더 활발하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대규모 다국적 제약사의 연구 및 투자도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정말 개똥을 약으로 썼던 걸일까? 동의보감에 흰 개의 똥을 말린 후 불에 태워서 술에 타 마시면 독을 풀어 주고 상처와 고름을 치료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개똥뿐이랴. 말똥의 즙을 짜서 먹는 것이 요즘 같은 때 발생할 수 있는 열사병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다. 물론 현대의학의 관점으로 보면 어불성설이다. 상처는 당연히 위생적으로 소독해야 하고, 열사병은 치사율이 높은 위험한 상황으로 말똥 즙을 먹여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의 똥은 적절히 사용하면 약이 될 수 있다.
윤덕현 서울아산병원 카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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